장성진씨 무작정 호주행… 화랑 기웃거리다 초대전 따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화가 장성진(56) 씨는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 넣은 가방과 그림 40점이 그가 꾸린 짐이었다.

아는 이 하나 없고 말도 서툴렀지만 지도 한장 들고 시내 화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문을 두드리고 더듬더듬 자신을 설명하고 작품을 보여줬다.

그러기를 열흘. 한 화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작품이 맘에 드니 스폰서를 구하면 전시를 열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다시 발품을 팔아 결국 삼성전자 호주 법인의 후원을 따냈다.

이 회사에서 장씨같은 예술가를 지원하기는 10년만이라고 했다.

그는 작품 운송료.보험료.팸플릿 제작비 등을 포함해 약 1만5천달러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2주간 시드니 전람회를 마쳤다.

다음은 멜버른. 시드니 때와 똑같이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네번이나 한국과 호주를 오간 끝에 101갤러리로부터 응답이 왔다. 101은 호주에서 손꼽히는 미술관급 화랑. 장씨는 이 곳에서 지난 2월 2주간 초대전을 열었다.

오는 10월 열리는 제2회 멜버른 아트페어에는 101갤러리 소속으로 참가한다. 그의 작품은 "철학적 사유와 동양의 정서가 돋보인다" 는 평을 받고 있다.

장씨는 국내 화단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지만 지금까지 30년간 15회의 개인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1990년대초부터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가졌다" 는 그는 중앙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던 당시 작가들의 해외 진출 현황에 관한 논문도 썼다.

"외국 하면 미국이나 유럽, 특히 파리가 전부인 줄 알고 있지만 조금 눈을 돌리면 우리 작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는 것. 호주만 해도 예술가들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고 화랑 초청을 받으면 비자 문제가 해결되는 등 창작 여건이 좋아 도전해볼만 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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