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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스필버그' 꿈꾸는 여고 2년생 이가영·김아름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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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별 제약 없이 우리들이 가진 꿈이나 상상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예요."

한국의 '여류 스필버그' 를 꿈꾼다는 열일곱살 동갑나기 金아름.李가영(전북 부안군 부안여고 2년)양. 이들은 요즘 주말마다 카메라를 들고 한벽당.아중리 등 전주시내 곳곳을 다니며 단편영화를 찍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제작하는 영화 〈가제-웃긴 놈〉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키스하는 두 남자를 본 주변 사람들의 속 마음과 상상을 통해 '공개된 성(性)' 과 '공개되지 않은 성' 을 그리고 있다.

6㎜디지털 카메라로 제작하기 때문에 많은 스탭이 필요 없어 대학생 언니.오빠 두 명의 도움을 받을 뿐이다. 기존의 아날로그방식과 달리 필름을 쓰지 않아 돈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의 영화는 오는 4월 28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제1회 전주 국제영화제' 에 출품될 예정이다.

두 여고생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두달간 영화제 조직위가 마련한 '디지털 필름 워크숍' 에서 매주 토.일요일 15시간씩, 총 1백20여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이 워크숍 참가자 30여명은 교수.연극인.영화전공자들이었고, 중고생은 이들 둘뿐이었다.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씩 부안과 전주를 오가느라 힘은 들었지만 보기만 하던 영화를 직접 만든다는 보람과 흥미에 행복하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관을 자주 찾고 뮤직 비디오를 즐기는 등 일찍 영화에 빠졌다는 이들은 중학생 때 만나 단짝이 됐고 지난해 말에는 교내에 영화 동아리 '고무신' 을 만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공부는 하지 않고 웬 영화냐" 며 반대하던 부모들도 이제는 적극 후원하고 있다. TV에 좋은 영화가 나오면 녹화해 주고 신문.잡지의 영화 이야기를 스크랩해 줄 정도다.

"인종이나 국경.세대를 뛰어 넘어 누구나 공감하고 되새김할 수 있는 희망과 꿈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두 시골 소녀는 "장차 영화를 통해 아름답고 한결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고 야무진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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