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뷰] 잘나가는 인터넷기업 대부분 배당금 없어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金모씨는 최근 기업들의 주총을 보면서 한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비슷한 실적을 올린 코스닥 기업인 데도 배당에는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다.

올해 6백5억원의 매출에 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유진기업(레미콘업체)과 5백79억원의 매출에 26억원의 이익을 낸 써니상사(신발제조)는 이번 주총에서 액면가의 20%인 현금 1천원을 배당했다.

그러나 비슷한 실적을 냈거나 오히려 이익 규모가 큰 주성엔지니어링이나 로커스.한국정보통신 등은 한푼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 인터넷 기업 배당 적어〓코스닥 시가총액 30위권 기업 중 25일까지 결산 주총을 마친 20개 인터넷.정보통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텔슨전자 등 8개사만이 현금 또는 주식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방송.LG홈쇼핑.삼구쇼핑.텔슨전자(이동전화단말기 생산) 등 매출액이 크고 사업기반이 갖춰진 곳을 제외하면 소위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 중 현금배당을 한 곳은 새롬기술이 유일하다.

배당규모도 코스닥내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

◇ 왜 배당을 외면하나〓인터넷 기업들이 배당을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올해 이익규모가 크더라도 과거에 적자를 많이 본 경우 그동안의 결손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배당을 할 수가 없다.

또한 설립된지 얼마 안되는 기업들은 사업확장 단계에 있는 만큼 추가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로커스의 공시 담당자는 "신규사업 확장을 위해 대부분의 이익을 내부에 적립했다" 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뒤에는 적극적으로 배당을 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은 "성장 기업들이 지나친 배당을 해 내부자금을 써버리고 다시 증자를 하면 사업도 제때 못하고 주식가치만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고 말했다.

◇ 장기적인 배당정책 필요〓그러나 한 증권사 코스닥기업 담당자는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올라 주주들이 큰 불만이 없다는 것만 믿고 여력이 있는 데도 배당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고 말했다.

주주를 무시한 거래소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코스닥기업들이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소 홍보실의 노병수 과장은 "주주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면 실적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매년 꾸준히 배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며 "이제부터는 코스닥 기업들도 회사의 배당정책을 정하고 주주들을 이해시켜 나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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