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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서울 재검토하라” … 코너 몰린 오세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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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우면산을 방문한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00년 만의 폭우’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정치 운명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 중인 예민한 시점에서다. 그간 오 시장의 ‘디자인 서울’ 노선은 ‘겉치레 행정’이란 당내·외의 비판도 받아왔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도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광화문광장이나 간판 교체 작업들, 한강 르네상스 사업들, 홍보비에 대거 예산을 쏟아부은 것 같은 디자인 올인 정책은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이런 와중에 오 시장의 최대 정치적 기반인 강남 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하는 바람에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에 딱 걸렸다”는 식으로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29일 “이번 사태는 오 시장이 대권 욕심에 치우친 나머지 무상급식 반대, 디자인 서울, 한강르네상스 같은 전시(展示)행정에 치중한 결과”라며 “디자인 서울 거리 30곳 중 26곳이 물이 스며들지 않는 화강암 블록으로 이뤄졌다고 하는데, 오 시장은 비판여론을 귀담아듣고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공개적으론 오 시장을 감쌌지만 내부적으론 비판여론도 적지 않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에서 수해 복구를 돕던 도중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시행정을 좀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오 시장을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당 내에서 나왔다. 오 시장은 지난해 1월 서울에 몰아닥친 ‘100년 만의 폭설’ 때도 제설대책 부실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당시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야권 서울시장 주자들이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바람에 한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오 시장 측은 수해 국면에서 당분간 주민투표 이슈는 일절 거론하지 않고 수재 복구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선 적극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29일 “ 민주당의 정치 공세는 주민 발목을 잡고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주민투표 정국을 벗어나 보려고 수해를 빙자해 정치 공세를 퍼붓는 것은 이해하지만, 수해 극복이 끝난 뒤에 하기 바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정하·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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