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산저축 카자흐 진출 … 구 여권 깊이 얽혀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캄코뱅크에 이어 카자흐스탄에서도 부동산사업 진출을 위해 ‘애플뱅크(자본금 145억원)’ 설립을 추진했고, 그 기간 노무현 정부 고위 인사들이 현지를 방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소속 한나라당 이진복(사진) 의원은 28일 “부산저축은행이 카자흐스탄 애플뱅크 설립을 추진할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를 포함한 노무현 정부 고위 인사들이 경제사절단으로 현지 사업장까지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2006년 9월부터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 알마티시에 애플뱅크 설립을 시도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부산2저축은행과 2006년 12월까지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각각 9.7%, 9.5%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컨소시엄에는 캄코뱅크 설립 때도 참여했던 현대페인트(2.5%), 서울신용평가(4.7%),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5%) 등이 함께했다. 2002년 당시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타이거풀스 측을 위해 로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최규선씨가 회장으로 있는 유아이에너지도 현대페인트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 지분을 10% 이내로 낮춘 것은 10% 이상일 경우 받아야 하는 정부의 까다로운 심사·승인 절차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애플뱅크 설립이 추진되던 2006년 9월 한명숙 전 총리는 1박2일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추병직 당시 건교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차관,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 유영환 정보통신부 차관과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 손학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이들은 캄코시티사업처럼 애플뱅크가 참여하려던 알마티시의 ‘애플타운’ 복합단지 개발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카자흐스탄 방문 직후 2006년 10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은 저축의 날 국무총리표창을 받았 다. 이와 관련해 이진복 의원은 “전 정부 시절 캄보디아에서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형 사업이 추진된 것은 부산저축은행과 구여권이 깊숙이 얽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뱅크는 1년 뒤인 2007년 12월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못해 결국 설립이 무산됐다.

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