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한 달 동안 16명 사망·실종 … ‘중부 폭우’ 이틀간 48명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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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강남권을 강타한 물폭탄은 올 장마기간 전체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냈다. 또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등이 일제히 통제된 것은 지난해 말과 올 초 폭설 교통대란 때도 없었던 일이다.

 26~27일 이틀간의 강수량은 한 달여의 장마기간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양이었다. 올 장마 기간 1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데 비해 이번 폭우는 39명의 사망자, 9명의 실종자를 냈다. 26일 오후부터 서울의 누적 강수량은 27일 오후 10시 기준 460㎜에 달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 강수량 중 장마 기간 내리는 비보다 장마가 끝나고 내리는 비의 양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번 금요일(29일)까지 비가 이어지면 장마철만큼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장마철 강수량은 1973년 전국 47개 지점에서 강수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26~27일 물폭탄은 상상을 초월하는 양인 셈이다.

 이번 물폭탄은 폭설 때보다 더한 교통대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가 동시에 통제되고, 강남권 주요 도로와 광화문 등 시내 주요 지역이 모두 물에 잠겼다. 강남역 일대 삼성 사옥 인근 지역은 하수가 역류하면서 무릎 위까지 물이 들어차 심각한 교통 체증 현상을 빚었다. 특히 강남역에서 양재역까지의 도로 구간은 거대한 수로로 변해버렸다.

  양재천 수위가 오르면서 대치역, 교대역 인근 지역의 주택가 일부 지역은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 지붕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은마아파트 진입로 등 대치역 인근 사거리가 물에 잠겨 잠시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악구 일대에 호우가 집중되면서 신림역 일대 주택가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남부순환도로와 사당역 인근 지역의 피해도 심각했다. 광화문 일대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 지역은 미처 빠지지 못한 물이 발목 이상의 높이로 고여 있기도 했다. 지난해 추석 기습적인 폭우로 ‘물바다’가 됐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주요 간선도로와 일부 지하철역이 침수되면서 대중교통 역시 마비 상태에 빠졌다. ‘물폭탄’이 쏟아진 중부지방에는 29일 오전까지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더 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27일 이 같은 예보를 내놓으며 “특히 27일 밤~28일 오전 사이 서울·경기·강원도를 중심으로 시간당 60mm 이상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되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26일부터 총 누적 강수량이 600mm가 넘는 곳도 있겠다고 내다봤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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