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자들이 사이버 세상을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학보사에서 일하는 건 너무 답답할 것 같았어요. 한정된 지면에 문체도 정해져 있고…. 반면 인터넷신문은 제가 말하고 싶은 걸 제한 없이 표현할 수 있지요. "

인터넷 대학신문인 ''캠퍼스 X파일'' (http://www.uc.co.kr) 문화부 기자로 1년째 일하고 있는 건국대 김태희(21.여.독문과)씨의 인터넷 예찬론이다.

음악 분야를 맡고 있는 그가 기사를 쓰기 위해 쏟는 열정은 여느 일간지 기자와 다를 게 없다. 신규음반 청취와 외국잡지 구독, 케이블 TV 시청 등의 기사 준비를 하다보면 금세 1주일이 지나곤 한다. 노래를 샘플 파일로 만들어 인터넷에 띄워 놓기도 한다.

하루 평균 인터넷 신문에 접속하는 사람은 5만여명. 기사를 쓰고 나면 독자로부터 수십 통의 e-메일을 받는다.

인터넷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인터넷 신문기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배달.판매 등의 걱정없이 접속만하면 바로 볼 수 있고, 지면의 제한도 없어 인터넷이 ''만인에 의한 만인의 발언대'' 가 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터넷 기자가 2천명 이상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의 가장 큰 강점은 현장성. 인터넷 기자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주는 전달자의 역할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학교.지역의 이야기를 직접 이야기하는 발언자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창간된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kr)는 대표적 사례다. 의사.청소년.기업체 임원.사진작가 등으로 이뤄진 1천여명의 인터넷 기자들이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제주도 유채꽃이 만개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띄워 호평을 받았다.

월간지 기자 출신인 이 회사 사장인 오연호(36)씨는 "심층취재를 맡은 7명의 전업 기자가 일선 인터넷 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손보는 ''포수'' 역할을 하며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현장성은 특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신문 뉴스보이(http://www.newsboy.co.kr )의 ''킬러 사이트 등장'' 이나 오마이뉴스의 ''총선연대 홈페이지의 욕설 게재 발신지는 의원회관'' 등의 기사는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 인용, 보도됐다.

하지만 인터넷신문의 내부 제어 시스템이 아직 정착되지 못해 자칫 객관성을 잃은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문제 기사에 대해 인터넷 신문사와 인터넷 기자가 어떻게 책임을 나눠질지에 대한 원칙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연세대 강상현(언론학)교수는 "언론 기능은 정보의 양보다 신뢰성이 중요한 것" 이라며 "인터넷 신문도 내부제어 시스템을 확립해 전문성을 가지고 기사를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진정한 대안매체로 성장할 수 있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