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초등학생 방학숙제 보니…군수물자 조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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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이번 주말부터 방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처럼 학생들에게 방학숙제가 주어진다. 그런데 북한 학생들의 방학숙제는 아이들의 심신을 단련토록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북한 당국의 착취에 가깝다. 군(軍)이나 당(黨)의 운용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물품을 할당해서 제출토록 하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의 초·중학교는 방학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학과 과제 이외에 '꼬마계획'이라는 별도의 과제를 준다. 토끼가죽 몇 장, 파철(고철)이나 파고무(폐고무) 몇 ㎏ 등을 개학 때 내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낸 물품들은 군과 당에 흘러들어간다. 학생들이 북한 당국의 자금줄인 셈이다.

꼬마계획은 1960대년 초부터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군 지원용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아이들의 방학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소학교 학생)에게는 토끼가죽 3장과 5000원 정도의 파철, 중학생에게는 토끼가죽 5장과 8000원 상당의 파철양이 과제로 주어진다. 토끼가죽 1장의 크기는 길이 35㎝, 너비 20㎝ 이다. 가격은 4000원 정도. 북한에서 쌀 1㎏이 2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초등학생은 쌀 8.5㎏, 중학생은 쌀 14㎏을 방학 동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북한 내 초등학생은 150만명, 중학생은 220만명이다(2009년 통계청 추산). 이를 감안하면 북한 당국은 방학숙제로만 916억원을 거둬들이게 된다.

꼬마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1년 동안 비판을 받아야 한다. 부모들이 나서 아이들의 숙제를 도울 수 밖에 없다. 번 돈을 장마당에서 숙제물품 구입하는데 쓴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로선 아이들의 방학이 힘겨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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