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듐 사업 막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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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촌 구석구석을 단일 무선이동통신으로 연결하려 했던 이리듐 사업이 과도한 투자비용, 기술부족 등으로 끝내 대단원의막을 내렸다.

모토로라 등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인 이리듐 LLC는 17일 뉴욕파산법원에 청산을 신청했다. 이리듐은 신청서에서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자를 찾는데 실패했다며 이날 자정(현지시간)을 기해 위성이동통신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청산신청은 승인이 확실시돼 이날 밤부터 서비스가 중단되고 그동안 설치됐던 저궤도 위성 66개의 파기 작업이 다음주초부터 향후 2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될 전망이다. 청산승인에 따라 동결상태에서 해제되는 이리듐의 잔여 자산 830만달러는 위성파기 비용으로 충당된다.

이리듐은 지상 700-800㎞를 비행하는 저궤도 위성 66개를 통해 지구 전체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위성이동통신 사업으로 그동안 첨단통신기술의 상징으로 기대돼왔다. 이 사업은 모토로라를 주간사로 하는 세계 통신업체 컨소시엄이 지난 10여년 동안 모두 50억달러를 투자해 지난 98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개발과정에서 투자된 과도한 비용으로 44억달러의 천문학적 채무를 기록하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또 기술적 결함이 자주 노출된 데다 단말기 가격이 대당 3천달러, 통화비용이 초당 7달러에 이르는 등 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가입자가 현재까지 5만5천명에 불과해 적자가 계속됐다.

이리듐은 가입자 확대를 위해 뒤늦게 가격인하정책을 썼으나 로밍 서비스를 비롯한 기존 무선전화의 서비스 품질개선 및 가격인하, 새로운 경쟁자인 글로벌스타의 출현 등으로 끝내 실패했다.

이리듐은 지난해 8월 파산신청을 낸 뒤 막판까지 새로운 사업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일부 관심을 보였던 통신업체들이 참여를 거절하고 모토로라 역시 추가투자를 거부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서비스 중단과 청산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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