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금 상환용 신규대출 금지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은행에 연체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이 빚을 갚기 위해 새로 돈을 빌리는 행위가 금지된다.

예컨대 A은행에서 5백만원을 대출했으나 이자를 제때 내지않아 2개월정도 연체된 경우, 지금까지는 새로 대출을 해 연체대출의 원리금을 갚아버리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편법이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연체 대환 여신에 대한 지도방안' 을 마련, 연체중인 기업.개인이 연체상환용 신규대출을 일으켜 기존 연체계좌의 원리금을 상환하더라도 연체기록을 삭제할 수 없도록 했다.

즉, 2개월 연체한 사람이 같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연체금을 갚더라도 이는 계속 연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빚을 내 빚을 갚는 식의 재산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됐다.

물론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연체금을 갚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을 통해 개인신용정보가 낱낱히 체크되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은행에 연체중인 사람에게 선뜻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무수익여신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연체상환용 대출을 적극 장려해 온 측면이 있다" 며 "빚으로 빚을 내 꾸려가는 불건전한 여신관행을 금지하기 위해서 이같은 지침을 마련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연체금 상환용 대출금지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체금을 갚기 위해 신규대출을 하는 대상이 주로 개인.중소기업이므로 이를 금지할 경우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것은 물론, 은행측으로서도 채권회수율이 낮아져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연체상환용 대출을 '에버그린 론 (영원한 대출)' 으로 부르며 불건전한 여신관행으로 간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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