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SM7 이름 빼고 다 바꿨다” … 위르티제 사장의 벼랑 끝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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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5~16일 경남 남해 힐튼리조트에서 열린 르노삼성 신형 SM7의 공개 행사. 장마리 위르티제(60·사진) 르노삼성 사장의 목소리는 행사 내내 힘이 넘쳤다. 그는 “2년8개월간 4000억원을 투자해 신형 SM7을 개발했다”며 “고급스럽고 절제된 인테리어와 최상의 편안함으로 준대형차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신형 SM7은 7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풀 체인지)이다. 준대형차는 최근 중형차 못지않게 각 사가 주력으로 꼽는 차급이다. 올 상반기 국내 준대형차 시장 규모는 9만여 대. 현대 그랜저는 6만 대 넘게 팔리며 독주했다.

 그래서 위르티제 사장은 신형 SM7에 큰 공을 들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은 2009년 7월 준중형 SM3와 지난해 1월 중형 SM5를 잇따라 선보였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반응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량은 지난해 4월(1만5471대)에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이다. 같은 해 9월 1만247대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악재의 연속이다. 한국GM이 올 3월 대우 브랜드를 버리고 쉐보레 브랜드를 택한 뒤 내수 시장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위르티제 사장에게 이번 신형 SM7은 ‘벼랑 끝 승부수’와 다름없다. SM7까지 실패한다면 자칫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위르티제 사장은 이날 틈만 나면 “내수 시장에 주력한 만큼 한국인의 선호 사양을 신형 SM7에 대거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준대형차 소비자가 중시하는 안락감·정숙함과 다양한 편의 사양을 갖췄다.

묵직해 보이는 외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차체 크기는 길이 4995㎜, 폭 1870㎜, 높이 1480㎜. 기존 모델에 비해 각각 45㎜, 85㎜, 5㎜ 커졌다. 그랜저(4910X1860X1470㎜)보다 큰 몸집이다. 외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기존 SM7보다 곡선의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그러나 범퍼 하단까지 내려오는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인하고 대담한 인상을 줬다.

위르티제 사장은 “SM7의 실내 인테리어와 편의 사양은 주요 타깃인 40대 전문직 남성에 맞췄다”고 소개했다. 차량을 운전하다 보니 위르티제 사장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변속기 옆 스포츠 버튼을 누르니 변속 패턴이 달라졌다. 자동변속기가 가속 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도 힘찼다.

 2.5L 가솔린 엔진을 얹은 VQ25 모델과 3.5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VQ35 두 가지 모델이 나왔다. 각각 최대 출력은 190마력(VQ25)과 258마력(VQ35)으로 기존 모델보다 15%, 20% 좋아졌다. 가격은 다음달 출시할 때 최종 결정하는데 3000만~39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르티제 사장에게 여러 차례 신형 SM7과 그랜저를 비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신형 SM7과 그랜저는 다른 차로 서로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손을 저었다. 질문을 계속하자 말문을 열었다.

 “SM7은 정숙함과 편안함, 디자인에서 경쟁차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

남해=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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