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주, 피라미드형 사기"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열풍을 타고 진행되고 있는 첨단기술주의 폭등세에 대해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조심스럽게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통해 로버트 실러의 저서 ''비이성적열광''(Irrational Exuberance) 에서 지적된 주식시장의 ''폰지 사기''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사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다음은 크루그먼이 ''폰지 패러다임''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칼럼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찰스 폰지는 피라미드형 이식 사기를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바우들러 박사나 캡틴 보이콧의 경우 처럼 폰지라는 이름은 나중에 참여한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투자를 한 사람에게 주는 수법으로 성공에 대한 환상을 갖게하는 고전적 사기수법의 용어로 굳어져 있다.

로버트 실러의 저서 ''비이성적 열광''은 폰지 사기가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그럴듯하면서도 내용이 복잡해 평가가 힘든 투자기회를 만들어낸 뒤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초기투자를 유치하면 이후부터는 홍보와 시간의 문제만 남는다.

초기투자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아 먼저 돈을 낸 투자자에게 이익을 붙여 돌려주면 소문이 퍼져 이후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게 되고 이런식으로 지속되다 보면 처음에 제기됐던 회의론도 사라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당국이 투자자들이 폰지 사기에 얼마나 쉽게 넘어가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예 시작이 되지 않도록 단속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폰지 사기가 역사적 유물로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러는 그러나 폰지 사기를 훨씬 더 중요한 것의 모델로 삼고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거대한 수익을 올릴 수있을 것을 진지하게 믿는 많은 기업이 생겨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들 기업은 수익을 낸다해도 당분간은 미미할 것이고 장비구입 등 초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신기술혁명의 증거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상승하면초기 투자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내게되고 이는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주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

이런 과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이를 의심했던 투자자들은 바보처럼 보이게되고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은 수그러들게 될 것이다.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이를 믿게되겠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이 사기극의 주인공이 없는 폰지 사기에 휘말려들게 된다.

실러는 최근 몇년간 주가가 치솟아온 주식시장이 우발적으로 진행되는 거대한 폰지 사기로 매우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을 강력히 제시하고 있다. 실러의 저서는 광범한 주식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기술주의 얘기로 읽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 책을 읽기를 원하지만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설득될지는 의문이다.

현재로선 시세하락 전망이 신뢰성에서 더 큰 문제를 안고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첨단기술 기업의 전망 뿐만 아니라 기술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지만 생산성 폭증과 수익증가를 나타내는 새로운 통계들은 이런 회의론이 잘못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많은 기술기업의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주장을 한다고 해도 논리적으로는 기술혁명의 현실에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들이 골드러시에 뛰어들지 않고 공급품 판매에 주력한 레비 스트라우스의 전략을 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닷컴 기업은 그렇지 못해도 인터넷 인프라를 판매하는 기술기업의 주가는 제대로 평가돼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해도 나스닥의 처음 몇천 포인트 상승을 놓친 투자자들이 이를 만회하기위해 정신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80년 뒤의 투자자들이 단어가 생기게 된 기원을 모르면서 ''베이조스화''나 ''퀄콤화''됐다는 얘기를 하지 않겠는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