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기류는 `투고 타저'

중앙일보

입력

평생에 단 한번 뿐인 기회인 신인왕을 차지하기위한 프로야구 새내기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새 천년 야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될 올 신인들은 총 94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허덕였던 지난 해 신인 43명보다 배이상 많을 뿐만아니라 역대 프로야구 사상 가장 많은 숫자라 경쟁 또한 치열하다.

올 프로야구 신인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예년처럼 돌풍을 일으킬 초대어는 보이지 않지만 각 팀별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알짜가 여럿 있다는 것.

특히 타자보다는 투수쪽에서 두드러진 신인들이 많아 수년간 국내 프로야구의 흐름이었던 `타고 투저' 현상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가대표를 거친 이용훈(삼성)과 경헌호(LG)는 신인왕 후보 선두주자로 꼽힌다.
12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첫 등판한 이용훈은 3이닝동안 공격적인 투구로 1안타만 허용하며 삼진 4개를 뽑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고시속 147㎞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안정된 제구력을 고루 갖춘 이용훈은 현재 구위만을 놓고 볼 때 삼성 마운드의 제 1선발감이라는 평을 들었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드림팀'의 멤버였던 경헌호 역시 145㎞안팎의 빠른 볼과 제구력이 돋보여 허약한 LG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고졸 투수 가운데는 조규수(한화)와 강민영(롯데), 문상호(두산), 이승호(쌍방울), 장준관(LG), 마일영(현대) 등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만 20살도 채 되지않은 어린 나이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1군 마운드의 한 축으로 낙점받으며 빼놓을 수 없는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타자쪽에서는 `늦깎이 신인'들이 눈에 띈다. 95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미국 마이너리그로 진출했다가 5년만에 돌아온 최경환(LG)과 실업팀 현대 피닉스에서 활동하다 지난 해 입단했지만 부상때문에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강혁(두산)이 `중고 신인왕'을 꿈꾸고 있다.

이밖에 타자 중에서 전근표(현대), 이범호(한화), 남기헌, 김주찬(이상 삼성),김상훈(해태) 등이 쓸만한 신인으로 꼽히지만 선배들의 두터운 벽을 넘어 주전자리를 꿰차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년 그랬듯이 무명의 신인이 돌출해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onhap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