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MIT 교수, "첨단기술주 폭등 경계해야"

중앙일보

입력

'폰지 사기게임' 될 우려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가 12일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 '폰지 패러다임' 에서 "최근 첨단기술 주식이 폭등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폰지게임식 사기에 휘말려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며 무분별한 '닷컴 투자열풍' 을 경고하고 나섰다.

폰지게임이란 1925년 찰스 폰지란 사람이 미국에서 투자자를 유치, 투자금 일부를 착복한 후 나중에 참여한 사람의 투자금으로 이전 투자자에게 배당을 나눠줘 성공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사기를 쳤던 사건에서 유래된 말이다.

다음은 칼럼의 요약.

"로버트 실러의 저서 '불합리한 풍요' 는 폰지 사기의 진행과정을 설명해준다. 복잡하지만 그럴 듯한 투자기회를 만들어 초기 투자를 이끌어낸 후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끌어내 초기 투자자에게 이익을 붙여 돌려주는 방식이 성공적으로 계속되면 처음에 제기됐던 회의론도 없어지게 된다.

실러는 첨단기술주 폭등을 폰지 사기의 모델로 삼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초기 투자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되고,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주가는 더욱 오른다.

이런 과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주가 하락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고, 투자자들은 주인공없는 사기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실러는 최근 몇년간 치솟은 주가가 우발적으로 진행되는 거대한 폰지 사기며, 매우 불행한 종말을 맞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생산성.수익성 통계는 첨단기술 기업의 전망과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회의론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첨단기술주가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논리적으로는 기술혁명의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실 닷컴 기업은 어떨지 몰라도 인터넷 인프라 판매 기업의 주가는 제대로 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꽤 크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스닥의 초기투자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만회하기 위해 정신없이 투자하는 것을 보면 걱정스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