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꽃놀이패를 향하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4보(38∼44)=흑<▲>로 젖히는 순간 38과 40의 콤비 블로가 터진다는 건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다. 이 절단(40)이 흑진에 밀어닥친 쓰나미의 시작이었다.

 자신 있게 두어 가던 구리 9단이 갑자기 멈칫하는 게 이상하다. 구리 같은 고수가 흑<▲> 이후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설명이 안 된다. ‘기분파 구리’의 헛발질이라고 하기엔 사태가 너무 중하다(38 때 흑<>가 ‘참고도 1’처럼 곱게 뻗어 있다면 흑은 1로 이어 아무 탈이 없다. 그러나 이때를 내다보고 A 대신 흑<>로 두어 미리 손해 보기란 매우 어렵다. 백도 어차피 방향을 틀 것이고 이런 그림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리의 41은 이제 와선 어차피 이 한 수뿐이다. 허영호 8단은 42로 젖힌다. 너무 짜릿한 이 수에 구경꾼들도 흥분에 젖어든다. ‘참고도 2’ 흑1로 끊는 것은 백2, 4를 당해 크게 살려 준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가 된다. 구리는 도대체 어찌할 속셈인가!

 구리 9단은 이를 악물고 43으로 잇고 있다. 하지만 44로 뻗자 전투의 주도권은 완전 백에게 넘어온 느낌이다. 흑은 4수. 백은 뭔가 어수선한 가운데 4수는 넘어 보인다. 하지만 B의 곳이 수상전의 급소여서 답은 ‘패’라고 한다. 백에겐 꽃놀이패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