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 이런게 복병]분위기 속아 고가 응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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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나온 경매 부동산을 사 큰 돈 번 투자자들이 많지만 권리분석 등을 잘못해 손해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매 부동산은 복잡한 권리관계.까다로운 규정 등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컨설팅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입찰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은 경매 규정이나 실패사례 등을 잘 챙겨봐야 낭패보지 않는다.

◇ 잔금 기일 통보 못 받아 낙찰 보증금을 날린 경우〓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감정가가 5천만원인 화곡동 반 지하 연립주택 18평을 5회 유찰 뒤 입찰에 참가, 1천7백만원에 낙찰했다.

그러나 임차인으로 신고돼 있던 채무자의 어머니가 항고를 하는 바람에 경락 허가일로부터 한 달쯤 뒤로 잡히는 잔금 기일이 연기됐다.

법원에 가서 언제쯤 잔금을 내는 지 확인해 보았으나 항고가 진행 중이라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경매절차를 잘 아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니 항고가 진행되면 고등법원.대법원을 거쳐 통상 6개월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6개월쯤 뒤에 다시 법원을 방문해 확인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고법에만 항고를 하고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3개월만에 항고 절차가 끝났고 이를 모르고 있던 김씨는 잔금 기일을 지키지 못해 낙찰보증금 1백70만원을 떼이고 말았다.

법원에 가서 잔금 기일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항의해 보았지만 법원 서류에는 송달한 기록이 남아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

◇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전세금을 물어준 사례〓이모씨는 지난해 감정가 2억5천만원인 서울 역삼동 32평형 아파트를 2억1천만원에 낙찰했다.

입찰 당시 법원의 경매물건 현황 조사서에 저당권보다 이른 시기에 전입신고한 임차인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임차인 박모씨가 자신의 가족들은 저당권 설정일보다 먼저 전입했다며 소송을 내 승소, 박씨에게 전세금 1억2천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법원의 현황 조사서에는 가구주인 임차인 박씨의 전입 신고일과 함께 '세대합가' 라고 기재돼 있어 박씨 가족의 전입일이 다르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도 박씨보다 먼저 세들어 살고 있던 박씨 가족의 전입 일자를 추가로 확인하지 않은 게 이씨의 실수였다.

◇ 채권액이 작은 물건을 낙찰해 입찰 보증금이 묶인 사례〓A사는 지난해 가을 서울 명동에 있는 보증금 20억원에 월 3천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건물을 32억원에 낙찰했다. 그런데 낙찰 직후 채무자인 건물 소유자가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매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바람에 잔금 기일이 연기됐다.

낙찰된 건물의 가치에 비해 채무액이 6천만원으로 너무 소액이다보니 채무자가 잔금 기일 전에 채무를 변제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현재 5개월째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잔금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A사로서는 입찰 보증금 3억2천만원을 이자 한푼 받지 못하고 묵히고 있는 셈이다.

◇ 경쟁이 높을 것으로 지레 짐작해 낙찰가를 높게 써낸 경우〓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모씨는 10억~20억원대의 근린상가를 사기 위해 여섯 번이나 입찰에 참가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강씨는 최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 꼭 낙찰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응찰을 했다.

감정가 20억원이었으나 2회 유찰돼 최저가가 12억8천만원으로 떨어져 있는 상가였다.

문제는 법원 경매장에서였다. 분위기를 보니 해당 물건의 입찰서류를 살펴보는 사람이 10명이 넘었다. 결국 강씨는 최저가보다 3억7천만원이나 더 써내 낙찰했다. 하지만 2등과는 2억원이나 차이가 나 너무 비싸게 산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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