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현대중공업 불참 … 하이닉스 매각 왜 자꾸 불발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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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투자의향서(LOI)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TX 관계자는 6일 “LOI를 제출하고 실사까지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실사 결과) 우리가 기대한 부분과 맞지 않는다면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TX그룹은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도 같은 내용의 답변을 공시했다. LG·효성 등이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인수 의사가 없다’며 선을 그은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두 그룹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인수전은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현대중공업이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입찰에 LOI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기존 사업과 연관 시너지 효과가 부족하고, 경기 변동 주기로 볼 때 중공업과 반도체 산업 간에 상호 보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이날 잠재적 인수후보자로 거론된 LG·SK·효성·동부CNI·STX 등 5개 기업을 상대로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효성·동부CNI·LG는 “하이닉스 인수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오후 늦게 SK와 STX가 잇따라 ‘미확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STX 관계자는 “실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중동의 국부펀드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 무차입으로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인수 추진 의사를 표명했다. 하이닉스는 2001년 10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왔다. 2009년에도 매각이 시도됐지만 참여하는 기업이 없어 불발됐었다. 이는 반도체 업종의 특성 때문이었다.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이 워낙 큰 데다 매년 조단위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이닉스를 인수했다가 자칫 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 매각 땐 전보다 인수 기업의 부담을 줄여줬다. 채권단이 가진 지분 15%를 몽땅 넘기는 방안만 고집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신주 인수와 구주 매각을 병행하는 등 매각 방식에 융통성을 두기로 했다. 구주 매각 방식은 인수 대금이 모두 채권단에만 돌아가는 반면, 신주 발행은 매각 대금을 하이닉스에 유보할 수 있어 인수 후 회사의 신규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하이닉스가 그동안 투자를 줄이면서 차입금도 전보다 줄어들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글로벌 2위 업체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본 것”이라며 “글로벌 경영을 잘해본 기업이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LOI 접수기한은 8일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전화통화에서 “M&A의 특성상 LOI 접수 마감일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윤창희·한애란·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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