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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고려 수도는 개성인데 왜 강화도에 궁궐을 세웠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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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국사가 고등학교 필수과목이 된다. 국사 지식이 탄탄해야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이유다. 국사 공부로는 ‘체험학습’이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 선조들이 남긴 역사의 현장이 곧 교과서라는 의미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체험학습을 하기 어렵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려와 조선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 뒤, 역사 현장을 다룬 신문 기사를 보며 가상 체험학습을 해본다.

강화도 문화해설사 김영희(오른쪽)씨가 초지진과 용두돈대를 둘러보며 한성은양과 조유진군(왼쪽부터)에게 신미양요의 흔적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조군은 “주변만 잘 관찰해도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명헌 기자]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선사시대의 유물인 고인돌과 참성단(단군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은 제단)부터 삼국시대에 지은 전등사, 고려시대의 궁터, 조선시대에 치른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15년째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김영희(66)씨는 “마을에 자리한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에도 역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인천 강남중 1학년 조유진군과 한성은양이 김씨와 함께 강화도 역사 체험학습에 나섰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역사 현장 다니며 선조의 마음 느껴봐야

“역사는 아무리 공부해도 금방 잊어버려요.” 조군의 말에 한양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학생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외우니까 시험 끝나면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역사 체험 도우미로 나선 김씨는 “역사 공부는 교과서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며 “선조들이 남긴 역사 현장에 직접 찾아가 그들과 공감해야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역사드라마에 자주 나오고 학교 수업시간에도 비중 있게 다루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대해 배우기로 했다. 첫 코스인 고려 궁지(강화읍 관청리)에 들어서기 전 김씨가 아이들에게 “고려 수도가 어디였냐?”고 물었다. 한양이 “개성”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김씨는 “그렇다면 임금이 사는 궁궐 역시 개성에 있어야지 왜 강화도에 있을까?”라고 재차 물었다. 아이들의 말문이 막히자 김씨는 “몽고가 쳐들어와 임금이 강화도에 피신했을 당시 지었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개성에 있는 궁궐의 2분의 1 크기로 축조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궁지는 조선시대에 7분의 1 크기로 복원한 것이다. 김씨는 “피신해 있던 임금이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때 몽고의 명령에 따라 그동안 머물렀던 궁궐을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한양이 “임금이 개성으로 돌아가 강화도에 있는 궁을 보면 굴욕적이었던 피신 시절을 떠올려 몽고에 복수를 꾀할까 봐 태우라고 한 것 같다”고 말하자 김씨가 “그럴듯하다”며 웃었다.

역사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길러

강화도의 외곽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고려시대부터 끊임없는 외침에 시달린 흔적이다. 김씨는 학생들과 덕진진으로 향했다. 덕진진은 조선시대 말인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를 격파한 곳이다. 강화해협에서 가장 강력한 포대가 있던 곳으로 당시 사용한 대포 모형도 전시돼 있다. 한양은 “대포까지 있는 걸 보면 그때 우리나라 군사력이 상당히 강했던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김씨는 “그때의 대포알은 화약을 사용하지 않아 터지지 않는 철 덩어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폭발력이 없으니 기물만 파손하는 정도여서 적에게 큰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한양이 “그런데 어떻게 프랑스군을 이길 수 있었느냐”고 묻자 조군이 “상대가 외국 군대니까 기습작전을 쓰지 않았겠느냐”고 유추해 답했다. 김씨는 “맞다”며 “양헌수 군대가 정족산성이란 곳으로 프랑스군을 유인하는 전술을 펼쳐 겨우 이겼다”고 설명했다. 한양은 “프랑스군대가 전투에서는 한 차례 졌어도 우리나라를 이길 힘이 남아 있었을 텐데 그냥 돌아간 게 이상하다”며 의아해했다. 김씨는 “대신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해 갔다”며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사는 백성의 모습을 보고 노략질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돌아갔을 수도 있다”고 얘기해 줬다.

마지막 답사 코스인 초지진은 신미양요 때 미군과의 격전이 벌어졌던 장소다. 초지진에서는 1871년 어재연 장군이 이끈 병사들이 미군에 의해 몰살당했다. 김씨는 “총과 대포를 들고 침략해 온 미군에 맞서 칼과 창을 든 우리나라 병사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저항하다 전몰했다”고 했다. 한양은 “우리나라가 미국과도 싸웠다니 상상이 안 된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 때문에 개화 시기를 놓쳐 애꿎은 백성들만 죽은 것 같다”며 “이렇게 현장을 둘러보니 역사적 사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게 마음에 와 닿는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후대를 사는 우리는 그때를 탓하기보다 과거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며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야말로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역사 학습의 중요성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역사 지식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경일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학교 숙제 때문인데 3·1절의 의미를 알려주세요’ ‘6월 6일은 왜 쉬어요?’라는 질문이 속속 올라온다. 이 질문에 대한 네티즌의 답변도 틀린 게 대다수다. ‘3·1절은 안중근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독립운동을 한 날’이라는 답변도 있다. 이쯤 되면 6·25 전쟁이 발발한 연도를 모르는 것은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사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흘러간 옛날 일로만 치부하는 것도 문제다. 오늘의 역사는 다음 세대가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같은 의미다. 많은 나라에서 역사 기록과 교육을 놓고 논쟁을 거듭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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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방식부터 바꿔야

역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 사람이 공감한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를 놓고는 각계각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교사의 역사 인식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기에 편향적인 역사 교육을 받게 되면 향후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의 교과서 내용을 둘러싸고도 대립각을 세운다. 시장경제의 장점은 도외시한 채 빈민 문제, 농촌의 위기, 도심 재개발 문제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교과서 내용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역사 수업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암기만 해야 하는 지겹고 지루한 과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교과서 귀퉁이에 실린 지엽적인 내용들까지 달달 외워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고 재미있고, 탐구·체험·토론이 가능한 수업으로 바꾸고 현장체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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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아들과 사극 보며 역사 토론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역사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국사를 효과적으로 배우려면 어떤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내본다.

지난해 11월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가 서울시내 초·중·고생 1240명에게 물은 결과 6·25전쟁의 발발연도(1950년)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50.1%였다.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도 26%였다. 서울 덕소초등학교 김준기 교사는 “예전에는 국경일을 앞두고 학교 차원에서 교육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어졌다”며 “요즘 초등학생들은 3·1절은 물론이고 6·25전쟁이나 제헌절도 모른다”고 전했다. 경기도 안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일본 역사만화를 접한 학생들이 국사보다 일본사에 더 친숙함을 느낀다”며 “우리도 만화와 현장실습을 곁들여 가르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11년 3월 1일자 18면 “3·1절이요? 안중근 의사가 다친 사람 치료한 날 아닌가요?”>

2. 역사를 배우는 목적을 흔히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을 익혀 새것을 배움)’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지혜를 빌려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문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고른 뒤 아래 기사를 참고해 옛 선현들의 지혜로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외교부 장관 서희(고려), 국방부 장관 이순신(조선), 해양수산부 장관 장보고(통일신라), 통일부 장관 김구(대한민국)…’. 최근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유행하는 ‘드림팀 내각’ 명단이다. 네티즌들은 역사상 뛰어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을 뽑아 현 정부의 장관으로 임명했다. 내각 명단은 지난 3월 지식검색 사이트에 한 네티즌이 ‘우리나라 내각 드림팀을 구성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처음 등장했다.

서희 장군은 993년 고려를 침략한 거란을 외교적 담판에서 누르고 강동 6주를 얻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왜군과 36번의 크고 작은 해전에서 모두 승리하고 장렬히 전사했다. 장보고 장군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세워 해적을 소탕한 뒤 동북아 해상무역을 장악했다. 김구 선생은 일제하에서 임시정부를 이끌며 독립운동을 했으며 광복 이후인 1948년 남북 분단을 막고자 평양을 방문했다. 네티즌들은 장군들의 희생, 우국충절의 정신을 가슴에 품은 장관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나라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중앙일보 2004년 6월 28일자 9면 외교 서희, 국방 이순신, 통일 김구, 해양 장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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