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박지은 동반 호성적

중앙일보

입력

최경주와 박지은이 미국 남녀 프로골프에서 모처럼 ‘동반 희소식’을 전했다.

최경주(30·스폴딩)는 도럴-라이더 오픈에서 공동 21위로 PGA 데뷔이래 최고 성적을 올렸으며 박지은도 다케후지 클래식 공동 7위로 LPGA 최고 성적과 첫 톱 10 진입이란 두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한 것.

<최경주>

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럴 골프 리조트&스파(파 72·7,125야드)에서 폐막된 도럴-라이더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란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는 결국 4라운드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21위를 기록, 상금도 PGA 데뷔이래 처음 1만달러대를 넘는 2만7,400달러를 받았다.

더 중요한 것은 PGA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사실. 부진할 때마다 우직할 정도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공격적으로 과감히 덤비겠다”로 일관한 그의 뚝심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첫날을 2오버파 공동 110위로 출발, 팬들은 실망했지만 정작 최경주 본인은 담담했다. 그리고 곧이어 2라운드에서는 드디어 6언더파(합계 4언더파, 공동 47위)란 미국 무대 도전이래 최고의 라운드로 거뜬히 컷오프를 통과했다.

3라운드 성적은 1언더파로 비교적 저조해 순위가 다시 10여단계 밀렸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공격골프로 나선 그에게 도럴-라이더의 ‘블루 몬스터’ 코스는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4라운드 시작부터 첫 3홀을 줄버디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4·5번홀에서는 파로 잠시 숨을 골랐지만 6번과 7번홀에서 다시 버디, 그리고 12번과 13번에서 또 연속버디를 더했다.

너무 흥분한 탓일까. 14번홀에서 첫 보기를 범했지만 남은 4홀에서는 더 이상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최는 결국 자신의 PGA투어 한라운드 최고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충분히 PGA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특히 최의 4일동안 홀당 평균 퍼팅회수는 1.72-1.5-1.5-1.39로 PGA 정상급 수준이었다. 반면 그린 적중회수는 11-15-11-13으로 아직 어프로치샷에 기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던 퍼팅불안을 말끔히 교정했음을 보여준 것이며 앞으로 어프로치샷만 더 다듬으면 얼마든지 우승을 넘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한편 이번 대회는 짐 퓨릭이 23언더파 265타란 놀라운 성적으로 우승했다. 퓨릭은 마지막라운드 9홀을 남겼을 때만해도 무명의 플랭클린 랭험에게 6타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상대가 후반 보기 3개(버디 1개)로 자멸하는 사이 6개의 버디를 잡으며 믿기지 않는 역전에 성공, 우승상금 54만달러를 챙겼다.

<박지은>

박지은(20)이 마침내 LPGA 데뷔이래 처음으로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대회 하루전 연습레인지에서 다친 손목은 3일 내내 박을 괴롭혔지만 그는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첫날은 3언더파(공동 6위)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2라운드에서 샷 난조로 더블보기를 2개나 범하며 3오버파, 합계 이븐파(공동 19위)로 떨어졌을 때만해도 사람들은 “또 안되는가”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박이 독하게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진 못했다.

그러나 4일 하와이 코나 컨트리클럽(파 72·6,257야드)의 마지막 라운드에 등장한 박의 모습은 ‘준비된 그린의 여왕’이었다.

그는 라운딩 내내 손목부상으로 잃어버린 샷감각을 퍼팅감각으로 극복해가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한번 흔들리면 무너져버렸던 이전의 나약함도 사라졌다.

2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은 7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8번홀에서 곧바로 다시 버디로 만회했다. 그리고 11·13번홀에서 연속버디.

14번홀에서 다시 보기가 나왔지만 그의 진가는 이때부터 번뜩였다.

박은 16번홀에서 20피트 가까운 롱퍼팅에서 버디를 성공시켰고 17번홀에서는 또 다른 롱 파펏을 홀인시키며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 5)에서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한편 전날까지 3언더파 공동 6위로 첫 톱 10 진입의 기대를 모았던 박희정(20)은 기록에 대한 부담감일까, 아니면 지나친 흥분 탓인가 3라운드에서 드라이버가 난조를 보이기 시작, 결국 4오버파를 기록했다. 이로써 박희정은 합계 1오버파(공동 26위)에 그쳤며 LPGA 첫 컷오프 통과와 첫 상금(6,279달러) 획득에 만족해야만 했다. 또 장 정(19)도 3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 합계 3오버파 219타로 공동 4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카리 웹의 대역전우승 드라마가 연출됐다.

전날까지 선두 아니카 소렌스탐에게 2타차 뒤졌던 웹은 마지막홀에서 버디 성공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으며 연장 첫홀 소렌스탐은 11피트 버디펏을 미스한 반면 웹은 10피트 버디펏을 침착히 성공시켜 2000년 출전한 4개 대회 연속우승의 위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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