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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보령바이오파마 공동기획 ‘생명의 보고, 제대혈’ ③·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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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에서 채혈한 제대혈은 무균실에서 정밀검사를 한 후 영하 196도에서 동결보관 한다. [보령바이오파마 제공]

돌아가신 분을 다시 살릴 순 없다. 난치병 치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제대혈’도 마찬가지다. 탯줄에서 채취한 뒤 이송부터 보관까지 신속하게 이뤄져야 많은 세포를 건질 수 있다.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동결시키기 전 바이러스 감염 여부 등 철저한 품질검사도 필요하다. 공정 중 하나라도 구멍이 생기면 제대혈은 ‘폐기물’이 된다. 중앙일보와 제대혈 보관 전문기업 보령바이오파마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생명의 보고, 제대혈’ 세 번째 주제는 ‘완벽한 보관이 생명’이다. 2003년부터 K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수준으로 제대혈을 관리하고 있는 보령바이오파마 가족제대혈은행 ‘아이맘셀’의 공정을 소개한다.

상온에 있어도 세포 95% 이상 살아

김모(29·전북 전주)씨는 지난 27일 오후 4시 출산했다. 산부인과의사는 준비된 채혈백에 제대혈을 채취했다. 용량은 약 100㎖. 제대혈은 전문 운송차량이 올 때까지 상온에서 보관했다. 제대혈도 피다. 체온보다 낮은 냉장고에 두면 세포가 얼어 죽는다. 냉장고에서 24시간 두면 세포의 약 40%가 파괴된다.

 오후 5시30분쯤 제대혈 전문운송업체 직원이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제대혈 인수인계 확인서를 작성한 후 채혈백을 파란색의 전용 박스에 담았다. 차량은 그 길로 서울로 향했다. 차량의 위치와 실내 온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시간 확인·기록된다.

 서울에 도착한 채혈백은 다시 경기도 안산의 보령바이오파마 아이맘셀 뱅크로 운송됐다. 안산에 제대혈이 도착한 시간은 출산 다음날 오전 10시. 보령바이오파마는 채취한 제대혈을 24시간 내에 아이맘셀 뱅크에 입고시킨다. 서울·경기 지역은 빠르면 6시간 만에 도착한다.

 보령바이오파마 김성구(의학박사) 본부장은 “제대혈은 상온에서 36~48시간 보관해도 세포가 95% 정도 살아 있다”며 “국토가 넓은 미국은 72시간 내에 보관토록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72시간이 흘러도 세포의 85~90%는 살아 있다.

냉동 직전엔 처음의 4분의 1로 양 줄어

안산에 도착한 김씨 아기의 제대혈은 약 2시간의 공정을 거쳐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동결 보관된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제대혈 공정은 미국제대혈이식연구회(COBLT)의 지침을 따른다. 7월부터 시행되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도 COBLT, 유럽 제대혈은행 네트워크(넷코드), 일본 지침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접수된 채혈백은 ‘패스 박스(Pass Box, 제대혈이 드나드는 전용 문)를 통해 제대혈 공정실로 넘어간다. 공정실 내부 공기는 1㎥에 미세먼지 수가 10만 개 미만인 청정지역으로 유지된다.

 채혈백 외부 소독이 끝나고 바코드가 부착됐다. 채혈백은 다시 패스 박스를 통해 무균실로 보내졌다. 무균실의 공기의 미세먼지는 1㎥에 1만개 미만이다. 의약품으로 치면 주사제를 만드는 수준이다. 무균실 중 일부 구역은 미세먼지를 1㎥에 100개 미만으로 관리한다.

 무균실에선 제대혈 중 이식에 사용할 백혈구만 뽑아낸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혈소판과 적혈구를 분리해 버리고, 조혈줄기세포와 중간엽줄기세포가 있는 백혈구만 남긴다. 이를 ‘유핵세포’라고 한다. 조혈줄기세포는 피를 만든다. 중간엽줄기세포는 근육·혈관·연골·신경 같은 조직을 구성한다.

 백혈구 분리 과정에서 샘플을 세 번 채취해 세포수·세포생존율·바이러스 감염(7가지)·미생물 오염 등 정밀검사를 한다. 제대혈 ‘신체검사’인 셈이다. 백혈구 세포수는 최소 3억 마리, 세포생존율은 80%를 넘어야 한다.

 처음 채취했을 때 100㎖였던 김씨 아기의 제대혈은 백혈구만 걸러내며 25㎖만 남았다. 여기에 동결보호제(DMS)를 주입한다. 제대혈이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들어갔을 때 세포가 터져서 죽는 것을 막는다. 제대혈 세포가 겨울 외투를 입는 것이다.

순식간에 얼리면 세포 터져서 쓸 수 없어

분리된 백혈구는 영하 196도에 견딜 수 있는 동결백에 옮겨진다. 이 백은 다시 납작한 통(케니스터)에 담겨 액체질소 탱크에 들어간다.

 약 1.4t의 액체질소가 차 있는 탱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탱크의 뚜껑을 열고 케니스터를 수동으로 넣는 수동탱크다. 나머지는 탱크에 있는 작은 구멍에 케니스터를 꼽으면 바코드에 입력된 위치에 자동으로 찾아가는 자동탱크(바이오 아카이브)다.

 탱크의 가격은 수동이 약 4000만원, 자동이 4억원이다. 제대혈 보관을 의뢰한 고객이 탱크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보관비용은 자동이 약 25% 높다.

 제대혈은 탱크에 넣기 전 냉동장치에서 20~30분에 걸쳐 영하 50도로 동결한다. 동결보호제를 넣었지만 제대혈이 일순간에 영하 196도로 얼며 세포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조치다. 이후 제대혈이 든 케니스터가 탱크에 들어가면 모든 공정이 끝난다.

 보관된 제대혈은 당사자나 가족이 백혈병·재생불량성 빈혈 같은 난치병에 걸리면 해동해 이식한다. 최근까지 국내 제대혈 이식건수는 약 700건이다. 이 중 100건은 본인 것을 이식한 자가이식이고, 나머지는 남의 제대혈을 구입해 이식한 동종이식이다.

 안산=황운하 기자

액체질소 탱크=탱크에 차 있는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는 기화(氣化)하기 때문에 보충해줘야 한다. 탱크의 종류는 자동과 수동 두 가지가 있다. 자동은 탱크 뚜껑을 열지 않아도 바코드에 입력된 위치에 제대혈이 세팅된다. 반면 수동은 새 제대혈을 보관할 때마다 뚜껑을 열고 카트리지를 빼 채워 넣는다. 수동은 온도 변화와 충격 때문에 세포 생존율이 낮다는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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