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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상자 5명 중 4명이 한예종·금호영재 출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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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호 08면

올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주빈국은 한국이라 할 만했다. 모두 다섯 명의 상위 입상자를 내 주최국 러시아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남자 성악 1위 박종민(25), 여자 성악 1위 서선영(27), 바이올린 3위 이지혜(25), 피아노 3위 조성진(17), 그리고 손열음이 주인공이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휩쓴 두 개의 힘, 한예종과 금호영재

다섯 명은 특이한 공통점으로 묶인다. 우선 고등학생 조성진을 제외한 넷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다섯 명 중 여자 셋은 한예종 02학번이다. 그리고 베이스 박종민을 제외한 넷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금호영재 출신이다. 1977년 당시 금호그룹(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이 금호영재를 발굴하기 시작한 건 98년이다. 오디션을 통해 연주 기회를 주고 악기 제공, 무대 매너 교육, 지속적인 경력 관리 등으로 재능 있는 ‘떡잎’들을 키웠다.

손열음은 원년 멤버다. 98년 오디션을 거쳐 영재 콘서트로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데뷔했다. 이 무대는 손열음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든든한 후원자인 고(故) 박성용(사진) 금호 명예회장과 만났기 때문이다. 박 명예회장은 영재 콘서트 무대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금호아트홀에는 그의 지정 좌석이 있었고, 아직도 작은 팻말과 함께 남아있다. 이 자리에 앉아 그는 손열음의 재능을 알아챘다. 이후 손열음의 콩쿠르·연주 무대에 동행하며 스스로 ‘박수부대’라 불렀고, 후원자를 자처했다. 연습할 명품 피아노를 지원해줬고,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 등과 연결해줬다.

13년이 된 금호영재는 지금껏 1000명 넘는 연주자를 배출했다. 이번 콩쿠르 입상자 외에도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등이 금호영재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연 20억원의 예산을 쓰는 영재지원제도의 성과다.

손열음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박 명예회장과의 인연이었다. “예술과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분이에요.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큰 깨달음을 마음에 남기고 가셨습니다.” 모스크바의 헤로인 손열음은 지금도 서울 신문로의 금호아트홀 한편, 박 명예회장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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