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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17>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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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정부가 내년부터 만 5세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하면서 유아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아시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유치원과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 다 유아를 맡아 키우는 곳이지만 시설과 교육과정, 비용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 자녀를 유아시설에 맡길 학부모를 위해 서울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를 모아봤습니다.

김민상 기자

서울 첫 유치원은 미국인 선교사가 설립

서울의 최초 유치원은 미국 선교사이자 유아교육 전문가인 샬럿 브라운리(Charlotte Brownlee)가 1914년 세운 이화유치원(현 이화여대부속유치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근대 유치원 교육사』를 보면 1926년 이화유치원은 100명 정원으로 ‘남자가 조금 많다’고 기록됐다. 현재 유아 정원은 146명. 남자가 75명으로 여전히 조금 많다.

어린이집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새마을 유아원’에서 시작됐다. 1982년 정부는 ‘유아교육 진흥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유아교육진흥법’을 제정·공포했다. 탁아시설은 모두 통합돼 당시 내무부에서 주관하는 ‘새마을 유아원’으로 명칭을 통일했다. 새마을 유아원은 교육과 보육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맞벌이와 저소득층 가정의 탁아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현재 어린이집은 3만8021개로 유치원 수(8388개)의 4.5배에 달한다.

지난달 23일 서울시 종로구 린덴바움 어린이집에서 만 5세 아동들이 신문 만들기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외부 놀이터와 음악실 등을 갖추고 특별활동 수업을 진행해 인기가 높다. [김민상 기자]



유아시설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해 가장 많은 유아시설이 있는 곳은 젊은 세대가 많은 노원구(600개)로 나타났다. 유아시설이 가장 적은 곳은 중구로 65개에 불과하다. 노원구에서 유치원을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는 7395명으로 중구(1114명)에 비해 6.6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노원구는 유치원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3월 만 5세 서울시내 유치원 경쟁률을 보면 상위 1~3위를 모두 노원구의 사립 유치원이 차지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노원구의 한 사립 유치원의 입학 경쟁률은 35대 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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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보다는 국공립 시설 인기 높아

서울의 국공립 유치원 중 74%는 만 5세 입학 경쟁률에서 1대 1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사립 유치원은 12%에 그쳤다. 공립 유치원은 초등학교 건물 내에 병설유치원과 독립된 건물에서 운영되는 단설유치원으로 구분된다. 공립 유치원에는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후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원들이 근무를 한다. 교육비는 월 3만3000원으로 저렴한 데다 초등학교와 교육과정 연계성이 강해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반면 사립 유치원은 규모와 시설 면에서 우수하고,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 영어와 피아노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한 사립 유치원이 많다. 사립 유치원은 원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원장이 충분한 경험이 있는지 따져본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집도 국공립 시설의 인기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국공립 시설이 보육료도 저렴한 경우가 많고 식단과 생활공간을 책임지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공립 시설은 90년대 지어진 시설이 많아 노후하다. 어린이집에는 대학 또는 보육교사교육원에서 관련 학과목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들이 근무한다.

교사 1인당 아동 수, 시설 등 따져봐야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만 3세 20명에서 만 5세 30명까지 상한 기준을 정했다. 이보다 많은 아동을 받는 유치원은 서비스가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유치원은 교사 1인당 아동 수가 33명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사 1인당 아동 수는 사립 유치원보다 공립 유치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2009년 전국 어린이집 3149개를 대상으로 보육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목욕실과 옥외놀이터를 구비한 시설이 각각 54.6%, 42.2%에 불과했다. 현행 규정상 50인 이상인 어린이집의 경우 영·유아 1인당 3.5㎡ 이상 규모의 옥외놀이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장시간 아이들이 머무르는 어린이집에서 산책 등 야외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어린이집은 평가 인증기관 확인해야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평가 기준에 따라 인증 확인을 한다. 평가 인증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모든 종일제 어린이집에 대해 이뤄진다. 신청(1개월), 자체 점검(3개월), 평가(1개월), 심의(1개월) 등 4단계로 진행된다. 한 보육시설이 평가 인증을 받는 데 약 6개월 걸린다. 복지부가 인증한 어린이집 중 서울시에서 일정 기준과 조건을 갖춘 어린이집은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된다.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운영될 경우 서울시에서 의료 서비스 등 추가 지원을 한다.

교과부도 전국 유치원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교육환경, 건강·안전, 운영관리 등 4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3년에 한 번씩 평가를 한다. 평가 결과는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교육비 지원 받으려면 전용 카드 이용해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만5세 자녀를 보내면 소득 하위 70% 이하일 경우 보육료 월 17만7000원이 지원된다. 내년에는 만 5세일 경우 소득에 상관없이 월 20만원이 지원된다. 지원 금액은 2016년까지 3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특별활동비용이나 통학버스비는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맞벌이 가구라면 부모의 소득을 모두 합친 금액에서 25%를 낮춰 소득인정액을 산출할 수 있다. ‘영어유치원’으로 알려진 사설 학원은 보육료가 지원되지 않는다.

교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전용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교과부 관할인 유치원은 ‘아이즐거운카드’를, 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은 ‘아이사랑카드’를 이용해야 한다. 학부모는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소득인정액을 산정하고 자격 등급을 확인받아야 한다. 카드가 나오면 원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결제하면 된다. ‘아이즐거운카드’와 ‘아이사랑카드’는 서로 다른 기관에서 사용할 수 없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이동할 경우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카드를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교육청과 복지부가 추천한 시설은 …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초·중·고교와 달리 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부모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주변 이웃들의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할 기관인 서울시교육청과 보건복지부에 문의해 우수 시설을 둘러봤다.

공립유치원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의 병설 유치원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추천한 서대문구 북성유치원은 마포·은평·서대문 지역에서 유일한 단설 공립유치원이다. 그래서 운영의 독립성이 높다. 교직 경력 38년차의 김인자(62) 원장은 “우수한 교사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방법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조미숙씨는 “공립유치원은 아이들에게 많은 학습량을 요구하기보다 인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천한 면일어린이집은 평가인증을 거치고 보육시설 우수 프로그램을 수차례 수상한 바 있다. 1985년 개원해 시설은 오래됐지만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 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경숙 원장은 “보육도 사회복지의 일부분”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안전한 어린이집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린덴바움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사립 시설이다. 피아노실과 강당이 있고 텃밭도 갖췄다. 통학버스도 있어 통학 거리가 먼 학부모도 관심이 높다.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수업을 받으러 찾아온다. 황은식 원장은 “학부모 요구에 맞춰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특별활동과 외부 시설 견학 등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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