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의 햄버거점 "굿바이, 할리우드"

미주중앙

입력

82년 전통을 자랑하는 할리우드와 바인 인근 '몰리스 버거(Molly's Burger)'가 30일 문을 닫는다. 공식 폐점일을 이틀 앞둔 28일 오후 8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몰리스 햄버거를 맛보겠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 부지에는 8층짜리 대형 빌딩이 들어선다. 김상진 기자

클래식 맛…촬영장소로 인기
8층짜리 오피스 건물 들어서
마지막날 수익금 홈리스 기부

쭉쭉 뻗은 빌딩들로 가득한 할리우드와 바인 인근에 허름한 1층짜리 햄버거 가게 하나.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꾸며진 지붕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세련미의 할리우드 스타일과는 영 딴판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눈에 띈다. 지붕 위의 간판에는 'Molly's Charbroiled Burger'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름 위에는 지난 1929년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는 'Since 1929'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자리에서만 8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전통의 햄버거 가게다. 몰리스라는 이름은 60년대부터 사용돼 왔다. 놀랍게도 가게 주인은 한인 이기옥씨. 직원들 역시 대부분이 한인이다. 이씨와 직원들은 10년 넘게 이 가게를 운영하며 할리우드 명소의 명맥을 이어 왔다.

전통 만큼이나 햄버거의 맛에서도 클래식함이 느껴진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단연 칠리 치즈버거와 칠리 치즈 프라이스 콤보. 두툼한 패티와 치즈에 칠리까지 타인종 입맛에 딱이다. 이 때문에 고객 대부분이 백인.흑인.라티노 들이다. 인근 직장인들이나 주민 그리고 관광객들 할 것 없이 인기 만점이다. 야간 시간대도 인산인해다. 폐점 시간인 오후 10시까지 고객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할리우드 먹거리 명소의 이같은 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내일(30일)을 끝으로 문을 닫기 때문이다. 가게 앞에는 'Thanks for the memories'와 'Farewell Hollywood' 등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28일 오후에도 마지막으로 몰리스 버거를 맛보겠다는 고객들은 8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끄덕없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고객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가게 곳곳을 촬영했다. 아예 사진기를 들고 온 사람들도 있다. 추억의 맛을 담기 위해서다. 오후 2시부터 3시10분까지 1시간 남짓 동안 무려 100명 이상의 고객들이 찾아 갔다.

최고 단골고객이라고 자부하는 후안 에르난데스 씨는 "평일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몰리스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됐다"라며 "특히 치킨 테리야키 플레이트 메뉴가 제일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일하는 에밀리 이씨는 "치즈 버거, 베이컨 치즈 버거, 테리야키, 그리고 핫도그에 샌드위치까지 모든 메뉴가 다 인기가 높다"며 "맛 만큼이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해 이 지역의 명물이다"고 자랑했다.

한편 몰리스 버거 부지에는 부동산 개발업체 퍼시피카 벤쳐스 주도 아래 8층 짜리 대형 오피스 빌딩 건물이 들어선다. 퍼시피카 측은 빌딩 1층에 새로운 모습의 몰리스 버거가 들어서는 것을 논의중이다.

몰리스 버거 측은 마지막 영업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햄버거를 3달러에 판매한다. 수익금 전액은 홈리스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몰리스 버거 측이 선사하는 마지막 선행인 셈이다.

박상우 기자 swp@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