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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 효소] 민들레·앵두·오디·개복숭아 … 자연이 주는 건강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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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유독 피부가 좋았다. 투명하면서도 반질반질 윤이 났다. 숱한 여인들이 소망하는 바로 그 모습이다. 지리산 산자락에 홀로 사는 산야초 전문가 전문희(50)씨 이야기다. 전씨는 산을 오르내리며 산야초를 채취한 다음 이를 재료로 효소액을 만드는 것이 업이다. 차를 덖는 일도 한다. 이달 중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천왕봉 밑자락에 있는 전씨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대뜸 피부 관리 비결을 물었더니 차를 한 잔 내밀었다. “도시 것들이 바르는 스킨·로션이나 화장품은 하나도 안 바른다요. 여기에 들어 있는 효소가 내 피부 보약이오.” 해발 700m 고지에서 나는 새순들만 모아 만든 백초차라 했다. 산뽕나무·두충나무·오름덩쿨을 비롯한 100가지 재료로 만들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5년 전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차 이야기』를 출간해 산야초의 힘을 널리 알린 그가 최근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효소 이야기』를 펴냈다. 전씨로부터 효소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청=장치선 기자

지리산에서 산야초를 채취해 효소액을 만드는 전문희(50)씨. 산과 들에서 나는 모든 초목이 산야초 효소액의 재료가 된다.

나이 들거나 몸 약해지면 체내 효소 줄어

“효소는 집으로 말하자면 기초와 지붕을 받치고 있는 대들보 같은 존재다.” 16년째 지리산에 파묻혀 산야초만 바라보고 살아온 전씨의 대답이다. 림프선 세포상피암으로 수술을 받고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전씨의 어머니는 전씨가 정성으로 채취해 만든 산야초 효소액 덕분인지 3년을 더 살았다. 그 이후 그는 산야초 효소에 파묻혔다.

 전씨는 “효소는 모든 생명체 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효소는 촉매 역할을 한다. 발효를 일어나게 하는 것이 효모이고, 효모 속에서 실제로 발효가 일어나게 하는 물질이 효소다.

 효소는 크게 두 가지. 몸 자체에서 생성되는 체내 효소와 음식을 통해 공급되는 식품효소가 있다. 전씨는 “나이가 들거나 몸이 허약해져 체내 효소 생성량이 줄어들 때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프로테아제가 부족하면 수족냉증·불안감이, 아밀라아제가 부족하면 소화장애·입술 염증·근육통이 생긴다. 설사·변비가 계속되면 리파아제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셀룰라아제가 부족하면 복부 팽만감과 함께 안면 통증이 따른다. 이때 식품효소가 큰 역할을 한다.

 효소의 건강 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인체의 균형을 조절하는 항상성 유지 효과다. 효소는 혈액을 약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체내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장내 세균의 균형을 유지시킨다. 소화가 촉진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도 높인다. 둘째는 항염증·항균 작용이다. 효소는 백혈구를 운반해 병원균을 죽이고 상처 입은 세포를 재생시킨다. 병원균만 죽이고 세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없는 일반약과는 다르다. 셋째는 면역력 증가. 병이 생긴 장소의 혈관 내에 고름이나 독소를 분해하고 배설시켜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는다. 넷째는 노화 방지 효과다. 전씨의 피부가 고운 이유다.

오디 효소액이 발효되고 있는 모 습. 오디는 앵두처럼 수분 함량이 높지만 자체 과당이 높아 효소액을 만들 때 설탕을 많이 넣지 않는다.

잘 숙성된 효소액은 따뜻한 차 에 타서 식후에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산과 들의 초목 중 뿌리·잎·꽃·열매 모두 사용

효소 중에서도 산야초를 발효시켜 만든 효소액은 으뜸이다. 산야초 효소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전씨는 “봄부터 겨울까지 산과 들에서 나는 초목 중에서 뿌리·잎·껍질·열매·꽃 등을 채취해 발효시켜 숙성한 것이 모두 산야초 효소”라며 “굳이 색다르고 특이한 약초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들레·쑥·칡순·오디·산목련·개복숭아 등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산야초 효소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재료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산야초라야 제 효과를 낸다. 채취하기에 가장 좋을 때는 3월에서 8월, 맑은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는 청명한 시기다.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에 딴 잎과 꽃은 질이 떨어진다. 오후에 채취하면 한나절 사이 광합성과 생장활동으로 인해 영양 소모가 많아 맛과 향이 달라진다. 오전 10시 이전 쾌청한 날에 딴 산야초가 제격이다. 숙성기간도 중요하다. 오래 숙성된 효소액일수록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야초를 잘 손질해서 황설탕에 재웠다가 100일 동안 숙성시킨 뒤 찌꺼기를 걸러 원액을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전씨의 효소액 저장고에는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16년이 넘는 효소액이 담긴 항아리 100여 개가 숙성되고 있다.

앵두로 효소를 담글 때는 설탕 의 양에 주의한다. 수분이 많아 부 패하기 쉬우므로 설탕의 비율을 1:2로 한다.

1차 발효가 끝나고 찌꺼기를 건 져낸 후 숙성과정에 들어가기 전 효소액의 모습.

탱자는 한방에서 피부에 좋다고 알려진 과일이다.

앵두는 피로회복 … 오디는 혈압 낮추는 효과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산야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더위가 막 시작되는 6월 모내기철에는 인동초와 뽕잎을 채취한다. 한여름에는 감잎과 연잎을 딴다. 주변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앵두·오디·산목련·쇠비름·개복숭아다.

 전씨는 “어디서나 잘 자란다는 것은 번식력이 왕성하다는 뜻”이라며 “이런 산야초는 생명력이 강하고, 약효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특히 앵두는 피로 회복과 입맛을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기침과 변비에 효능이 있어 변비가 심한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쥐똥처럼 작지만 약성만큼은 황소’만 하다.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뽕잎과 비슷하게 들어 있다.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은 메밀보다 많다. 『동의보감』에는 뽕나무가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흰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어 노화를 방지하는 안토시아닌이 포도의 23배, 검은콩의 9배나 된다.

“운동·식사요법도 병행 … 효소가 만능은 아냐”

효소 한 잔으로 당장 뭐가 달라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씨는 “병에 걸리고 나면 산야초만으로 몸을 돌보기에는 늦다”며 “산야초 효소액을 만병통치약”으로 오인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과 함께 효소액을 마신다. 아침에 효소 한 잔을 마시면서 건강을 생각한다. 공복 때보다는 식사 후에 마시는 것이 몸에 부담이 없다.

차 덖기=불을 지핀 솥에 건조 찻잎을 넣고 손으로 비벼가며 둘둘 마는 일로 차를 제조하는 최종 과정.
효소=생체 활동에 촉매역할을 하는 고분자 단백질.

여름 효소 만들기

재료 오디, 앵두, 살구, 산머루, 칡꽃, 매실, 씀바귀, 산딸기, 수세미오이, 감꽃, 질경이, 쇠비름, 인동덩굴꽃, 어성초, 버찌 등 구할 수 있는 재료.

1 손질하기 열매류를 씻을 때는 보통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 씻어내지만 앵두나 오디처럼 겉껍질이 없는 경우 액체와 당분이 빠져나가므로 되도록 씻지 않는다.

2 담그기 물기를 뺀 재료를 황설탕에 버무린다(백설탕은 식물이 발효되기 전에 설탕이 먼저 녹고, 흑설탕은 발효한 뒤에도 녹지 않아 부적합). 설탕의 비율은 1:1로 한다. 잘 버무린 재료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눌러준 다음, 넓적한 돌멩이를 올려놓는다. 항아리 입구를 위생 비닐로 밀봉한다.

3 보관하기 햇볕이 들지 않는 상온 17도에서 약 100일 정도 보관한다.

4 찌꺼기 거르기 발효가 끝나면 찌꺼기를 건져내고 액체를 고운 채로 걸러낸다.

5 숙성시키기 맑게 걸러낸 액체는 최소한 1년 이상 서늘한 곳에서 숙성·보관한다.

6 마시기 잘 숙성된 효소를 따뜻한 차에 타서 식후에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TIP

전문희씨는=전문희씨는 패션모델과 통기타 가수, 인테리어 가구 업체 사장이라는 도시에서의 화려한 삶을 미련 없이 버리고 16년전부터 지리산에서 살고 있다. 산야초를 채취하고 차와 효소액을 만들며 강의를 한다.

전문희씨의 산야초 건강강좌를 들으려면=‘전문희의 산야초 차 이야기’ (cafe.naver.com/sanya chostory)에서 ‘건강을 위한 산야초 연구회’ 건강 강좌를 신청한다. 정기모임은 매달 마지막 주 오전 11시, 참가비는 2만원. 강의 내용은 산야초 효소액과 약초차 만들기

문의 055-973-7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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