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0년대 고려·연세대 농구 스타들 “오늘만 같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고려대 OB팀이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어게인 1995! 농구 OB 고연전(연고전)’에서 연세대 OB팀을 72-60으로 꺾은 뒤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만·정인교·김병철·박훈근·정한신·김지훈. [이영목 기자]


“연세대는 붙으면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팀이죠. 못 이기면 죽는 팀.”(전희철·고려대 92학번)

 “난 이상하게 빨간색만 보면 들이받고 싶어요. 고려대가 그런 팀입니다.”(문경은·연세대 90학번)

 추억의 농구 스타들이 코트 위에 다시 섰다. 26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어게인 1995! 농구 OB 고연전(연고전)’ 이벤트에서다. 농구계 대표적인 라이벌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의 OB(올드보이)들이 오랜만에 대학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벌였다. 선수생활을 접은 지 오래지만 투지와 라이벌 의식은 그대로였다.

 고려대에는 전희철 SK 코치와 김병철(92학번·오리온스 유소년팀 코치), 양희승(93학번)을 비롯해 김상식(87학번·농구대표팀 코치), 정인교(89학번·여자농구 신세계 감독) 등이 나섰다. 연세대에는 문경은 SK 감독을 비롯해 미국 어학연수 중 일시 귀국한 이상민(91학번)과 우지원(92학번), 김훈(92학번) 등 90년대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이번 이벤트의 타이틀은 95년 2월1일 열렸던 94~95 시즌 농구대잔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결을 되새기는 것이다. 서장훈의 버저비터로 연세대가 역전승을 거둔 이 경기는 지금도 농구팬 사이에서 명승부로 꼽히고 있다.

 이날 경기는 16년 전과 반대로 고려대가 72-60 완승을 거뒀다. 고려대의 김병철이 공격을 이끌었다. 기회가 날 때마다 3점 슛을 성공시켰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골밑을 파고들었다. 그는 경기 후 “이번 이벤트 때문에 16년 전 패배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괴로웠다. 당시에 정말 한 숨도 못 잤다”며 “오늘 이겨서 그 때의 한을 씻어낸 것 같다”고 했다.

 연세대 OB팀 감독을 맡은 박수교 감독은 “이번에 뛴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고려대에 져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오늘은 양보한 것”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반면 고려대 OB팀의 김동광 감독은 “선수들이 무지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이겼다. 김병철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 훈련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학생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정기전 못지 않은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이상민과 우지원이 공을 잡을 때는 여전히 오빠부대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두 팀의 벤치 멤버들이 모두 일어서서 응원하는 가운데 고려대 벤치 뒤에는 고려대 출신 현역 선수들이 대거 몰려 힘을 실었고, 연세대 벤치에는 연세대 출신 가수 박진영씨가 자리를 지켰다.

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