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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정선5일장, 환상적인 화암동굴 찾아 ‘녹색교통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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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낭만이 있다. 환경도 생각한다. 기차를 타고 강원도 정선5일장을 찾았다. 장내 공연장에서는 아리랑예술단이 구성진 목소리로 관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기차를 이용하면 소나무 3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습니다.”

천안역에 있는 홍보문구다. ‘녹색교통’ 기차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의미다.

기차여행은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보다 낭만적이고 비용도 저렴하다. 마음이 심란하고 울적할 때 기차를 타고 훌쩍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기분전환에 최고다. 코레일 천안아산관리역과 중앙일보 천안아산이 지역에서 출발하는 여행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첫 여행으로 비정기 전세열차로 떠난 ‘정선5일장’을 다녀왔다.

김정규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기차는 낭만이 있다. 환경도 생각한다. 기차를 타고 강원도 정선5일장을 찾았다. 장내 공연장에서는 아리랑예술단이 구성진 목소리로 관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었다.

12일 오전 8시쯤. 천안역 3번 플랫폼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추억의 정선5일장’을 가는 승객들이었다. 온양온천역에서 오전 7시30분쯤 출발한 열차가 천안역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자리를 잡고 열차가 출발했다. 짧지 않은 시간, 회상에 잠겼다. 차창 밖으로 논, 밭, 산들의 풍경이 이어졌다. 도회지를 떠나 목가적 풍경이 반가웠다.

 3시간쯤 뒤 기차가 민둥산역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5일장을 찾았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정선시장. 이날은 매달 끝자리 2·7일에 열리는 정선5일장이 선 날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리랑예술단원이 시장전체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감싸 안았다. 구슬프게, 때로는 신명나게 장터 안에 퍼져 나갔다. 수많은 인파, 관람객 주변 좌판에 있는 곰취·곤드레나물·황기·칡 등 각종 산나물들이 자태를 뽐내며 향기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아리랑의 노랫소리와 뒤섞인 향기가 온몸을 자극했다.

 수많은 인파가 무대 인근 좌판과 식당을 휩쓸고 있었다. 강원도 토속 음식인 콧등치기 국수와 곤드레 막걸리를 먹으며 흥얼거렸다. 수리취떡 수수부꾸미, 올챙이묵, 콧등치기 국수 등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가 사람들을 유혹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곤드레나물밥도 각 테이블마다 올라와 있었다.

김진환(47·대구시)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좋은 공연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며 좋아했다.

 

정선 찾은 관광열차는

이날 기차여행은 코레일 대전충남본부(본부장 유재영) 천안역(역장 김경섭)이 운영하는 ‘추억의 정선5일장!화암동굴 관광열차’를 테마로 했다.

 매월 2, 7일에 열리는 정선 5일장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재미와 정겨움을 맛 볼 수 있는 재래 장터로, 시골에서 나는 농산물과 공예품, 먹거리를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는 할머니 난전 상인을 볼 수 있는 시골 장이다. 또한 화암동굴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환상적으로 꾸며놓은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이다.

 객차 내에서는 노래교실, 달리는 열차나이트(이벤트 전용칸), 레크레이션, 촛불·풍선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김경섭 천안역장은 “천안역에서는 매월 계절별, 지역별 관광테마를 설정,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차여행에서 시골의 인심과 훈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차, 친목의 장소가 되다

기차안에는 천안과 아산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알게 된 사이라는 최혜숙(47·여·아산시 방축동), 조성숙(44·여·아산시 풍기동), 조연옥(44·여·아산시 용화동), 서영옥(50·여·아산시 배방읍)씨. 이들은 자가용으로 여행을 다니다 처음으로 기차여행을 선택했다. 이들은 이날 여행에서 화암동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선아리랑 공연을 보면서는 가슴이 ‘짠했다’고 한다. “공연의 주인공인 ‘우리의 엄마’들이 역경속에서 한을 풀면서 공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기차여행이 교육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어 유익한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차 관광객이 살린 정선

정선아리랑 공연이 처음 열렸던 2006년 정선5일장을 다녀간 관광객은 총 13만4000여 명이었다. 해마다 공연에 내실을 갖추고 시장 시설을 개·보수하면서 2010년엔 총 61회 장이 서 27만5000명이 다녀갔다. 한 번 장이 설 때마다 평균 4500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셈이다. 봄나물이 절정이던 지난 5월 말엔 하루에 7000여명이 몰렸고, 관광버스를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북새통을 이뤘다.

 기차여행 관광객 등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정선군은 축제분위기다.

 1966년부터 열린 정선5일장은 1990년대 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정선 인구가 4만5000여 명으로 줄고, 장터 내에 현대식 마트가 들어서면서 상인들의 위기감은 최고에 달했다. 이윤광(52) 상인회장은 “지금은 157개 점포에 노점 200여개가 운영되지만, 당시엔 80개가 안 되던 점포에도 빈 곳이 많았다”며 “하루 방문객이 100명에 그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선군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5일장을 찾은 관광객 한 명이 평균 6만8000원을 썼다”며 “1년간 189억원이 넘는 소득 창출 효과가 난 셈”이라고 말했다. 상인들도 “5일장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농민들도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돼 좋아한다”며 “인기가 좋은 산나물은 정선에서 나는 물량만으로는 부족해 영월, 평창 등에서도 들여온다”고 말했다.

정선5일장
천혜의 자연환경과 연계한 체험여행코스

정선5일장은 전국 최대규모의 민속장(재래시장)으로, 1966년 2월 17일 처음으로 열렸다. 장은 매달 끝자리 2·7일에 열린다. 처음에는 인근 산골에서 채집되는 각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사고파는 작은 규모의 장이었는데, 최근 들어 주위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여행코스로 널리 알려졌다.

 철도와 연계해 정선5일장을 관광상품으로 개발시키고 1999년 3월부터 서울 청량리역에서 ‘정선5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도록 힘썼다. 장의 면적은 7600㎡에 이른다. 거리에는 호미·쇠고랑 등 농기구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진열한 230개 상점들이 있고 길 가운데에는 160여 개의 노점좌판들이 늘어선다.

 시장에는 정선 토산품 외에 전국 각지의 토속품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봄에는 냉이·달래·참나물·곰취 등 각종 산나물이 흔하고, 여름에는 찰옥수수와 감자 등이, 가을에는 정선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물과 머루·다래·아가위·산초 등 산열매들이 많이 나온다. 겨울에는 근처 조양강(朝陽江)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과 수수노치·메밀전병·옥수수술 등이 눈길을 끈다.

 정선군에서는 장이 열리는 날에 3개 관광코스를 도는 관광버스를 운행한다. 제1코스는 정선공설운동장 입구∼화암동굴∼석공예단지∼약초시장∼정선역, 제2코스는 정선공설운동장 입구∼화암약수∼정선소금강∼약초시장∼정선아리랑공연장∼정선역, 제3코스는 정선공설운동장 입구∼아우라지∼항골계곡∼난향로원∼약초시장∼정선아리랑 공연장∼정선역이다. 조양산(朝陽山:해발 620m) 등반과 연계한 관광코스도 있다.

강원도 정선군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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