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대·철도대 통합에 정치권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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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주대와 한국철도대학 통합이 정치권의 싸움에 발목이 잡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립대학인 충주대는 4월 경기도 의왕의 철도대학과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대학은 통합추진조정위원회를 구성, 학내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달 1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계획서를 제출했다. 교과부의 통합승인 여부는 다음달 결정된다. 통합이 결정되면 두 대학은 교명을 ‘한국교통대학교’로 바꾸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던 두 대학의 통합이 걸림돌을 만났다. 최근 이시종 충북지사가 통합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충주시민과 시민단체, 충주시의회의 의견을 수렴했는가 중요하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반대 이유로 ▶충주대 정원 200명 감소 ▶철도대 정원 증가 ▶인센티브 철도대 부여 등을 들었다. 통합에 따른 효과를 철도대가 모두 가져간다는 이유에서다. 도는 충주지역명을 삭제하고 교명을 정하는 데 충주시민과 충주대 승격추진위원회 참여자 의견, 학생과 교직원 감축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충주대 예산감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 뒤 의견을 결정할 방침이다.

 충북도가 반대할 경우 양 대학의 통합은 사실상 어렵다. 수도권인 경기도(의왕시)에 위치한 철도대와 충주대가 통합하려면 수도권정비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 소재 관할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제도상 시·도지사가 반대하면 사실상 통합이 불가능하다. 대학 간 통합으로 수도권 지역의 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 대학이 통합하면 충주대의 정원은 줄고 철도대의 정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대는 지난달 30일 충북도에 ‘도지사의 긍적적인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충북도가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충주대 측은 조직적인 통합반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주대 장병집 총장은 “지역사회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통합 반대활동에 우려를 금치 못하며 이를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통합추진 노력을 깎아 내리고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총장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특성화 기반마련을 위해 통합은 대세”라며 “두 대학의 통합은 지역과 충주대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둘로 갈라졌다. 충주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철도대의 이기주의만을 내세워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흡수통합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지방선거 때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 지사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통합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말했다.

 한편 1957년 설립된 철도대는 7개 학과에 학생 592명, 교직원 109명으로 구성돼 있다. 1962년 개교한 충주대는 41개 학과에 학부생 1만2971명, 대학원생 304명, 교직원 893명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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