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 식지않는〈쉬리〉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도쿄 시내 신주쿠역 부근. 복합상영관 '밀라노좌(座)'의 위치를 묻는 기자에게 극장 앞까지 안내를 자처한 젊은 일본 남녀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상영중인 한국영화제목 〈쉬리〉가 튀어나왔다. 이토 요시노부(25)와 스다 유코(19)라는 이름의 두 젊은이는 "〈쉬리〉를 봤냐"는 질문에 대뜸 "'굿 무비'(Good Movie!)"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극장에서 본 한국영화는 〈쉬리〉가 처음"이라는 이들은 "할리우드 액션영화 못지 않게 재미있었다"며 "친구들에게도 권해줄 참"이라고 말했다.

신주쿠의 '시네마 밀라노'를 비롯, 현재 일본 전역 91개 극장에서 상영중인 〈쉬리〉는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지금까지 약 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일본에 한국영화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쉬리붐'은 한국영상물의 일본진출에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되고 있다. 일본내 한국어 위성방송 KNTV에서 일하다 지난해말 독립해 프로덕션사를 차린 이병훈씨('리프로덕션' 부사장)는 "〈쉬리〉가 히트하면서 한국측 공동제작 파트너를 구해달라는 일본 프로덕션들의 부탁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전에는 일본측의 기획 의뢰가 기껏해야 소규모 프로덕션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준메이저급까지 나서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쉬리〉를 만든 '강제규필름'측에도 일본측의 접촉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 '강제규필름'의 유봉원이사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신작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끊임없이 전해온다"면서 "'강제규필름'의 신작 〈단적비연수〉의 촬영현장에 후지TV에서 취재를 나오겠다고 하는 등 일본 언론의 관심도 매우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쉬리〉의 히트에 덕보는 것은 영화만이 아니다. 일본 TBS와 한국 MBC프로덕션이 사상최초의 한일공동제작 드라마로 만들어 2002년 방송할 〈프렌드〉(가칭)도 그 한 예. TBS의 스나하라 유키오 사장은 지난 13일 제작발표회 직후 MBC프로덕션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쉬리〉의 히트를 지칭, "제작발표의 시기로는 아주 이상적"이라면서 "공동 드라마 제작의 길조"라고 표현했다.

현재 3주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쉬리〉는 다음달부터 상영관이 1백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봄철까지 흥행 행진을 계속, 1백만 관객 동원이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한국영상물에 대한 일본관객·제작사들의 관심이 한창인 지금, 누가 〈쉬리〉의 뒤를 이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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