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기업 대리 전쟁터'된 구단주 총회

중앙일보

입력

17일 프로야구 구단주총회는 프로야구가 대기업간 대리 전쟁터임을 보여준 자리였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급선무인 도시연고제 실시를 전면 유보하고 현행 지역연고제를 고수한 것은 앞으로 제9, 제10구단 창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삼성-LG로 손꼽히는 이른바 '빅3 구단' 은 SK 연고지 결정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건전한 여가선용 기회를 제공한다' 는 프로야구 출범 취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프로야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합심 노력하기보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모기업 위상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역력했다.

총회에서 각 구단 입장을 중재해야할 KBO와 역대 첫 민선총재로 기대를 모았던 박용오 총재도 문제를 거시적으로 해결하는 리더십 부족을 드러냈다.

구단주총회가 이상적으로 운영되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자산규모 22위 밀워키 브루어스 구단주 출신이다.

국내 8개 구단 가운데 랭킹 6위인 두산 구단주 출신 박용오 총재와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입장에서는 닮은 꼴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 같은 '빅 마켓' 을 견제하면서 '스몰 마켓' 의 권익을 보호해 나가는데 비해 이번 구단주총회는 대기업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구단주총회가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앞으로 프로야구의 균형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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