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같은 초록과의 입맞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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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차(茶)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곡우(穀雨) 전후로 수확하는 햇차가 이달 초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출시되는 차는 첫물차로 불린다. 이 차는 6월 중하순에 수확하는 두물차와 가을에 따는 세물차에 비해 맛과 향이 좋다. 대신 늦게 수확하는 차는 녹차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카테킨 함량이 높다. 카테킨은 암을 예방하고 체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햇차는 예년보다 물량이 적은 편이다. 지난 3월에 눈이 오는 등 날씨가 예년보다 추웠기 때문이다. 생산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확일도 예년보다 열흘 정도 늦어졌다. 대신 추운 날씨 탓에 찻잎이 햇볕을 적게 받아 차가 예년보다 맛과 향이 깊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차 매장 판매사원인 임미성씨는 "올해 나온 차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향이 좋다며 물건을 더 사가는 소비자도 있다"고 말했다. 16일 차 판매상점이 몰려 있는 서울 인사동에 가봤다. 이곳에서는 우전차(雨前茶.곡우 전에 수확한 차)가 6만원 선(보성산.100g)에 팔리고 있었다. 백화점에서는 값이 더 비싸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우전차가 60~80g에 9만~13만원 선이다.

재배 지역과 생산 업체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다. 잎의 모양이 참새 혀를 닮았다는 세작(細雀.곡우 즈음에 따는 차)은 인사동에서 3만~4만원(100g)에 팔리고 있었다. 상점에 따라 아직 세작이 나오지 않은 곳도 있었다. 백화점에서도 세작은 80g에 3만~4만원 정도다. 웰빙 열풍 등으로 차 매출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달 들어 세작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녹차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다구(茶具.차 마시는 도구)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다구는 보통 차 주전자인 다관과 찻잔, 물을 식히는 사발인 숙우 등으로 구성된다. 인사동에서는 다관.찻잔.숙우 등으로 구성된 3~5인용 다기세트가 4만~10만원대다. 생산업체와 찻잔 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은 가격이 더 비쌌다.

또 대만.일본 등지에서 수입했다는 크리스털 차 주전자 세트는 8~10만원 정도. 나무로 만든 찻잔받침(차탁)은 1개에 3000~5000원, 차를 올려놓는 소반인 다반은 1만~2만원 선이면 무난한 것을 살 수 있다. ㈜태평양 김효정 과장은 "다관의 뚜껑이 몸체와 딱 맞고 차를 거르는 구멍이 작은 것이 좋다"며 "초보자는 찻잔 색깔이 옅은 것을 골라야 농도를 조절하기 쉽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좋은 차 고르는 법>

-좋은 차를 선택하려면 차의 외형.향기.색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녹차는 겉모양이 가늘고 광택이 있으며 잘 말려진 것이 좋다.

-묵은 잎은 연황색이 난다. 잎차 중 묵은 잎이 섞여 있지 않은지 살피는 게 좋다.

-손으로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상품이다.

<도움말=㈜태평양 강택중 건강마케팅팀장>

<차를 잘 보관하는 법>

-온도가 높거나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면 안 된다. (차의 주성분인 폴리페놀과 엽록소가 산화된다)

-녹차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녹차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고기나 생선 냄새가 사라진다)

-차는 -5℃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해야 공기.온도.빛을 차단할 수 있다. (소량씩 나눠 보관하는 게 좋다)

<잎차 마시는 법>

①100℃로 끓인 물을 준비한다.

②다관(차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넣어 따뜻하게 데워준다.

③물 식히는 사발에 7부 정도 물을 따른 뒤 물을 70~80℃ 정도로 식힌다.

④차를 다관에 넣는다.

⑤적당히 식힌 물을 다관에 부어 차를 우린다.

⑥차가 우러나면 다관을 왼손에 받치고 여러 번 나누어 차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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