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의 성인 선언

중앙일보

입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5)
는 기자를 싫어하는 사람치고는 기자들을 편하게 해준 셈이다. 늘 술집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남들 보는 앞에서 짙은 애정표현을 하고, 떼거리를 이끌고 밤거리를 쏘다녔다.

지난해에는 태국에서 ‘비치’를 찍으면서도 계속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현지 환경운동가들은 촬영 때문에 로케 현장 섬을 망친다고 비난하며 디카프리오 얼굴을 한 마스크와 피묻은 송곳니 차림으로 항의시위를 벌였다.

동시에 디카프리오와 함께 출연한 여우 비르지니 르도옌에 관한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녀가 그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내용이었다. 두 배우는 자신들의 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소동 때문에 ‘비치’는 이번 시즌의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폭스社가 오히려 불안을 느낄 정도로 팬들의 기대가 크다. 그들은 디카프리오의 몫으로 2천만 달러(영화 총예산 5천만 달러)
를 지불했지만 사람들이 제2의 ‘타이태닉’을 기대하지 않을까 부담스러워 한다.

알렉스 갈랜드의 베스트셀러를 토대로 삼고 ‘트레인스포팅’ 제작팀(대니 보일 감독, 앤드루 맥도널드 제작, 존 호지 대본)
이 만든 ‘비치’는 배낭 하나 메고 말로만 듣던 꿈의 낙원을 찾아 나선 X세대 청년 리처드(디카프리오)
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프랑수아(르도옌)
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그녀의 애인이 탐사에 합류한다. 그들은 40m의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흠잡을 데 없는 해변에 도착한다. 고기를 잡고, 수영하며, 대마초를 피우는 생활이 이어진다. 그러나 머지않아 평화가 깨지면서 악몽 같은 폭력사태가 벌어진다.

갈랜드의 원작 소설은 때묻지 않은 제3세계를 틈날 때마다 더럽혀 놓는 돈많고 버릇없는 서양인들에 관한 뛰어난 우화로 칭찬받았다. 영화가 환경 소동을 일으킨 것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인터뷰에서 디카프리오는 서양문화의 지배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미국의 대중문화·영화·TV에 물든 세계를 탈출하려는 주인공 리처드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그는 말했다.

‘타이태닉’으로 인한 10대들의 열광이 늘 부담스러웠던 디카프리오는 거의 2년 만에 보일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본인 말로는 따분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었다. ‘비치’는 디카프리오가 비상업적 예술영화에 전념하며 평론가들로부터는 호평을 받되 흥행실적은 저조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암울하고 감정적인 ‘비치’는 성년으로서의 디카프리오가 미성년 팬들에게 일으킨 반항이다. 열성팬들에게 작별을 고한 것이다.

디카프리오는 지난해 자신의 홍보 전담사인 베이커 위노커 라이더(BWR)
와 결별했다. BWR는 원래 배너티 페어誌에 디카프리오가 올 2월호 표지 사진을 찍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디카프리오는 홍보 관계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미라맥스社가 소유한 토크誌의 2월호 사진을 찍기로 했다.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디카프리오는 페이스誌 1월호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 인생을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하게 하겠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만드는 그의 다음 출연작 ‘뉴욕 갱’(Gangs of New York)
은 1800년대의 갱단 전쟁을 다룬 영화다. [뉴스위크=Yahlin Chang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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