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컴퓨터 교육 가르칠 사람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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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삼천동 S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특별활동 컴퓨터 교육시간에 낯선 선생님들이 나타난다. 학교측이 외부 학원강사 2명을 초빙한 것이다.

6학년 金모(12) 군은 "컴퓨터 얘기만 나오면 담임 선생님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드신다. 모르는 것은 학원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물어보는게 낫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다뤄 인터넷이다 게임이다 상당한 실력인데 컴맹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치겠느냐"며 외부강사 초빙이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량활동(교장 재량의 정규 교과시간) 에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들은 ''강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컴퓨터 전공 교사는 없고, 정규 교과시간이어서 학원 강사를 초빙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2001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재량활동을 통해 컴퓨터 교육을 필수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가르칠 교사가 없어 ''하드웨어는 있으나 소프트웨어가 없는''상황이 우려된다.

◇ 전공교사가 없다

컴퓨터 전공 교사 부족은 지방에서 심각하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7천99명의 초등교사가 있지만 컴퓨터를 전공한 교사는 한명도 없다.

강원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강원 도내 초등교사 5천6백여명 가운데 컴퓨터 전문교육을 받은 교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포항교육청 송상헌(宋相憲·46) 과학기술담당 장학사는 "컴퓨터교육을 초보 수준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은 많지만 실업계 고교 교사 정도의 전문 능력을 갖춘 교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 경직된 교원채용체제

초등 교과 전담교사 자격증에 컴퓨터 과목은 없을 뿐 아니라 시·도교육청의 올해 전담교사 채용계획에도 빠져있다. 이에따라 컴퓨터 전문 교사 채용은 올해도 불가능하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교사 2명 정도를 선발, 60시간의 연수를 거쳐 컴퓨터 교육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칠 교사들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도 하고 잔무도 처리하면서 60시간 연수받아 과연 남을 가르칠 만한 컴퓨터 실력이 되겠느”는 것이 교사들의 고민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교육부가 컴퓨터 교육을 맡을 인적 자원을 키울 생각은 안하고 ''한탕주의''식 발표만 한다"고 비판했다.

◇ 대책

교육부는 연내 학교마다 교사 한 명씩 선정해 정보통신기술 전문연수를 실시, 학생들을 가르칠 인적자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수내용이 윈도우 사용법, 멀티미디어·인터넷 활용법 등 개인적인 활용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서삼영(徐三英) 원장은 "교사들이 실제 수업에서 가르칠 수 있는 내용으로 연수프로그램이 짜여져야 하며,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학습자료로 함께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경우 전문 교사가 부족한 학교에서는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방식도 채택하고 있으며,미국에서는 개인 연수를 통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교사에게는 봉급과 승진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장대석·황선윤·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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