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뷰] 외국인 21일만에 코스닥 순매도…발빠른 차익실현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투자자가 거래소시장에 이어 코스닥시장에서도 21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차익실현에 나서자 두 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더욱이 한국통신프리텔.새롬기술.다음 등 그동안 코스닥 장세를 이끌었던 '주도주' 들이 줄줄이 하한가까지 떨어져 지수 하락폭이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1천8백44억원, 코스닥에서 1백7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동안 매수규모로 보면 이날 매도규모가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코스닥시장이 거품논쟁에 휘말리고 있던 와중에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소식이 나오자 대기 중이던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 외국인 순매도〓거래소 시장에서는 14일 3백5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게 전주곡이었다.

전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꾸준히 쏟아져나오는 개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을 받아주면서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15일에는 오전부터 매도에 치중,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자 기관투자가도 팔자에 가세해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대형주들을 쏟아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가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주가급등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증권계의 분석이다.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전형범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아직은 한국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며 "최근 순매도가 한국시장 이탈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전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들은 여러 종목을 골고루 사지 않고 몇개 종목을 집중 매수해 왔다" 며 "외국인 보유 종목들이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며 너무 올라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 거래소.코스닥 동반 폭락〓이날 오전까지만 코스닥이 올라 거래소와 가격차가 벌어지자 거래소가 이를 좁히기 위해 따라서 오르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거래소가 힘을 받지 못하는 사이 코스닥이 차익매물 공세에 무너지면서 결국 거래소가 코스닥 상승세에 제동을 건 형국이 됐다.

거래소가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만 계속 갈 수는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돼 차익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기력을 회복하지 않는 한 코스닥의 반등 시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크레디리요네증권 서울지점 백기언 상무는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코스닥이 거래소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이라며 "이같은 왜곡이 시정되기 전까지는 꾸준히 코스닥시장에서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 투기장세 조짐〓거래소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에게 '실탄' 이 들어와야 하는데 최근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코스닥의 반등 시도와 거래소의 발목잡기 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전형적인 투기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커 주가 급등락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장세를 대세상승기 후반에 나타나는 전형적 투기장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짙은 투기성이 내재된 시장상황'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코스닥시장 열풍은 지난 1985년 이후 두차례에 걸친 대세상승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난 성장성 위주의 투기성 투자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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