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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어워즈] 과감한 투자 주효했다 … 하나대투, 연구원 30% 늘리며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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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2회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이하 중앙·톰슨로이터 상)에서 한국 상장기업에 대한 분석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은 증권사는 대우증권·KTB투자증권(공동 1위)과 하나대투증권(3위)이다. 이번에 상을 받는 증권사의 특징은 이런 말로 요약된다. 대우증권은 ‘명가(名家)의 부활’, KTB투자증권은 ‘다크호스의 도약’, 하나대투증권은 ‘중대형사의 약진’이다.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증권은 한때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산증인이었다. 1999년 대우 사태로 크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선두 대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중앙·톰슨로이터 상 공동 3위였던 대우증권은 올해는 공동 1위로 도약하며 명가의 전통을 되살렸다.

구자용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부활’의 이유로 경험을 꼽았다. 구 전무는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인력만 많은 것이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자원이 많다”며 “기업 분석부의 경우 10년 이상 된 애널리스트가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정년 퇴직하는 최용구 전문위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56년생인 그는 현재 국내 애널리스트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애널리스트가 증권사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다 퇴사하는 것은 국내에서 최 위원이 처음이다. 50대 애널리스트 중 리서치센터장이나 임원인 사례는 많지만 최 위원같이 마지막까지 현역 애널리스트로 뛴 사례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구 전무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은 여러 변수가 발생했을 때 고객에게 적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의 공동 1위 수상은 업계에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100명 내외다. 반면 KTB투자증권의 정식 등록 애널리스트는 22명이다. 보조연구원을 포함해도 40명 남짓이다. 이런 회사가 대형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애널리스트의 40%가량이 자산운용사 출신”이라며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인기 투표 방식의 여론조사보다 중앙·톰슨로이터 상 같은 계랑화된 실적 중심의 평가 방식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무는 “(이곳) 애널리스트는 부지런하게 일을 한다”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을 계량화해 실적 점수로 환산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얼마나 많은 보고서를 생산했는지, 고객과 얼마나 통화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3등 수상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하나 알리기’의 결과물이다. 이 회사는 리서치센터 인력이 60~70명 정도로 중·대형급으로 분류된다. 또 은행으로 인지도가 높은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다. 그런데도 리서치센터는 몇 년 전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1년간 리서치센터 인력을 30%가량 늘리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한 덕에 국내 상장사 분석에 관한 한 ‘월드 베스트’ 반열에 올랐다.

 김지환 하나대투증원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애널리스트 활동 양상을 보면 과거엔 기업 분석 잘하고 유망 종목 추천하는 게 모든 업무였는데 요즘에는 법인 고객 방문, 설명회 등 고객을 향해 세일즈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본연의 임무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애널리스트에게 분석 보고서를 내고 실적 추정을 발표하도록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또 “특정 업종 담당과 경제 전반 담당 애널리스트가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애널리스트는 담당 분야뿐만 아니라 시장 전반에 대해 균형 감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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