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폐지하면 분양가 오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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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한나라당이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면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효과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도심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대부분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를 통해 사업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며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분양가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주변 집값 동반상승 효과가 일어나므로 폐지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집값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당장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자유구역 분양가상한제 제외돼도 상승 없어

경제자유구역에서의 부분적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른 수혜 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5월 경제자유구역에서 외자유치 등 조건에 부합할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해 주기로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분양가상한제 면제 조건을 적용받은 단지는 단 1곳에 불과하다.

송도신도시의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1703가구)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유일하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분양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현재 3.3㎡당 125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건설사는 남은 미분양을 팔기 위해 지난해 분양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3.3㎡당 90만~100만원 정도 싸게 팔고 있다.

이는 최근 주변에서 분양한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송도 롯데캐슬&해모로(1439가구)는 3.3㎡당 1250만원, 이달 들어 분양을 시작한 송도 더샾 그린스퀘어(1703가구)는 3.3㎡당 1235만원 정도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면제 기준인 외자유치 등에 부합하지 않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았다.

이 지역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도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분양가가 비싸다고 보긴 어렵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인근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송도 웰카운티1.2.4단지는 단지는 1459만~1472만원, 송도 해모로는 1460만원, 송도풍림아이원은 1419만원, 송도 금호어울림은 1385만원이나 한다.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분양 관계자는 “당초 주변 새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 3.3㎡당 1400만원이상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시장상황 및 수요자 동향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낮췄다”며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2~3년 후 입주시점의 가격 상승을 고려해 주변 시세보다 10~20% 높여 분양가를 책정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근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가도 비슷한데 어떤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 전매제한(85㎡이하 3년, 85㎡초과 1년)을 받고, 어떤 곳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아 전매제한을 피한다”면서 “분양가상한제가 유명무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가 둘러싼 갈등 커질 수도

올 상반기 최대 알짜 분양 물량으로 기대를 모은 서울 왕십리뉴타운 2구역 텐즈힐(1148가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가 빨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분양할 수 있다.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으니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분양가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아 벌써 1년간 분양이 연기됐고 앞으로도 언제 분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조합원분담금을 줄이려는 조합원은 분양가를 올리려고 하고 미분양을 우려하는 시공사는 분양가를 낮추려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게 원인이다.

이 아파트 공동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무작정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없다”며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보다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지역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서울 뚝섬이나 한강변 등의 고가주택 밀집지역에는 당장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고가주택 수요자를 상대로 최고급 주택단지로 개발할 경우 사업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또 당장은 아니어도 중장기적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대부분 전문가는 동의한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경기회복으로 주택수요가 살아날 경우 고분양가 주택은 주변 지역 전체 시세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 송도 아파트 전경. 일부 아파트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됐지만 분양가가 오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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