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스승찾기 코너'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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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모(37.회사원.대전시 유성구 도룡동)씨는 최근 고교 시절 담임교사인 이모(55.대전 C고 교사)씨를 찾아 친구 3명과 함께 접대를 해 드렸다.

고교 졸업 후 18년 간 수소문했어도 실패했으나 최근 대전시교육청 홈페이지(www.dje.go.kr)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스승 찾아주는 인터넷=시.도 교육청이 홈페이지에 개설한 '스승찾기'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1년 코너를 개설한 충북도교육청(www.cbe.go.kr)의 경우 이달 들어 스승의 날인 15일까지 방문객이 5000여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2300여명)의 두배를 넘는다.

코너를 이용하려면 본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및 찾기를 원하는 스승의 이름을 입력하면 된다. 이곳에는 전.현직 충북도내 초.중.고교(유치원과 특수학교 포함) 교사 1만3690여명 중 본인이 정보 공개를 원치않는 사람을 제외한 1만3000여명의 ▶이름 ▶담당 과목 ▶현 근무지 ▶전 근무지가 올라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생님들의 상세한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는 점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강원교육청(www.kwe.go.kr)도 비슷한 방식으로 코너를 운영 중이다.

◆ 코너가 폐쇄된 사연=충남의 한 농촌지역에 근무하는 X교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제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남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실직당해 호구지책으로 출판사에 입사해 책을 팔고 있으니 한 번만 도와 주시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며 정중히 책 구입을 요구했다.

충남도내 한 시골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Y교사(여)는 대학 시절 줄곧 자신을 따라다니며 귀찮게 굴던 남자에게서 최근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Y씨는 "그 남자가 이후 밤마다 계속 전화를 걸어 와 '한 번만 만나달라'며 괴롭히는 바람에 신경쇠약증까지 걸려 결국 학교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개설된 충남교육청 홈페이지(www.cne.go.kr)의 스승찾기 코너를 통해 두 교사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불미스런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교사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충남교육청은 결국 최근 코너를 폐쇄했다. 대신 초.중등교육과에 전담 직원을 배치, 찾는 목적을 확인한 뒤 전화로만 해당 교사의 근무지를 알려주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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