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호황 이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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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례적인 경제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지난 수년간 많은 경제학자들의 주요 논쟁거리였다.

경기호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1980년대 정부.기업.노동계 등 전분야가 피나는 구조조정과 기술투자로 성장기반을 다졌고 ▶기업활동의 범세계화와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돼 낮은 실업률과 저인플레 속에서도 고성장과 주가 상승이 가능해졌으며(신경제론)▶80년대 이후 자율적 시장체제와 신중한 금융.재정정책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3~3.5%의 성장은 미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율로서 전혀 엉뚱한 수준은 아니다" 고 미국경제의 장밋빛 앞날을 확신하고 있다.

슈뢰더의 경제분석가 핼 슈뢰더는 "미국은행들은 구조조정과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건전하다" 고 말한다. 웨스트체스터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미국재정의 건전화가 금리인하.기업투자.생산성 향상의 繡鳧?되었다" 고 분석한다.

그러나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노스 웨스턴대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95년 이후의 생산성 향상은 컴퓨터 제조와 관련된 생산성 향상(50%)과 경기순환(40%)에 의한 것" 이라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외하면 생산성 향상은 없었다" 고 분석한다. '신경제' 기반의 취약성을 꼬집은 것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제임스 스톡 교수는 "IT 산업이 어느 정도 확산되고나면 성장세가 둔화될 것" 으로 내다본다. 버클리대의 로라 타이슨 교수는 "부(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내재적 취약점 때문에 어떤 충격에 의해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 이라는 말로 '거품론' 을 제기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MIT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의 입장 변화다. 그는 98년까지만 하더라도 "저인플레 속의 성장은 달러 강세와 아시아 경제의 침체라는 외적 요인과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 이라며 신경제론을 일축했으나 최근에는 "여러 요인으로 미뤄볼 때 미국의 호황은 10~15년은 계속될 것" 이라고 선회했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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