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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53) ‘Boom vs Doom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루비니 교수의 칼럼 'China’s Bad Growth Bet' 읽어보셨나요? 중국 경제의 문제 점을 아주 잘 지적했습니다. 반드시 읽기를 권유합니다. 혹 보지 않으신 분들은 앞 칼럼 'Boom vs Doom'
으로 돌아가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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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교수는 칼럼에서도 밝혔듯,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여행했습니다. 그리고는 중국경제의 속살을 훑게 되지요. 그의 눈에는 문제 투성이였습니다. 텅빈 공항, 자동차 없는 도로, 으리으리한 정부 빌딩, 입주자 없는 주택...모두 과잉투자가 낳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였던 겁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중국 경제가 2008년 터진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정자산투자(fixed-investmnet)에 있다. 서방국가의 경기 위축으로 수출길이 막히게 되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다. 고정자산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위기 전 42%에서 47%로 늘었다. 올해에는 50%에 육박할 것이다. 생산성 없는 투자, 그 결과는 뻔하다. 설비과잉과 부실대출이다. 이것을 피해갈 수 있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역시 똑같은 이유로 금융위기를 겪었듯 말이다."

그는 2013년이면 고정자산투자가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봤습니다. 중국 경제가 그 때 쯤 하드랜딩(hard-landing.경착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는 이유입니다.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둠(Doom)입니다.

루비니 교수의 분석은 소비구조로 향합니다. 중국은 저축율이 매우 높은 나랍니다. 50%를 훌쩍 넘지요.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 됩니다. 주민들은 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갑니다. 그동안 국가가 해주었던 주택, 의료, 노후 등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해야하니까요. 그만큼 소비를 안하는 겁니다.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리 없습니다. 루비니는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합니다.

"가계 저축률이 높은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 낮아서가 아니라 절대적인 가처분소득이 적기 때문이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터무니 없이 낮다. 전체 GDP 중 가구로 돌아가는 비율은 50%이하다.

중국은 기업이 돈벌고 가구는 가난해지는 구조다. 위안화의 인위적 평가절하는 수입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소비의 주체인 가구의 소득을 깍아 내린다. 반면 기업은 수출을 늘릴 수 있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가구는 금리 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기업은 싼 값에 돈을 빌릴 수 있다. 이는 부분별한 투자로 이어진다."

이같은 문제를 낳은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 중심의 경제에 있습니다. 그의 분석은 국유기업에 이르게 되지요.

국유기업은 국가가 주인인 기업입니다. 각종 특혜를 받습니다. 국유상업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끌어다 쓰기도 하고, 핵심 산업을 독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번 돈은 일부 국가로 쥐꼬리만큼 세금을 내고, 나머지는 기업 내부에 쥐고 있지요. 기업저축률이 25%에 달합니다. 중국 전체 저축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요. 돈이 기업 통장에만 쌓여 있는 겁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렇습니다.

"가구 소득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금리를 자유화하고, 근로자들의 급여를 대폭 높여야 한다. 국유기업의 독점도 끊어야 한다. 국유기업을 과감히 민여화해서 부를 국민들의 손으로 돌려줘야 한다"

독자 여러분은 루비니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자,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사실 중국 인터넷에 가면 널려있다는 점입니다. 저축률이 너무 높고, 내수가 활성화 되지 않고, 그 원인이 국가(국유기업)의 산업 독점에 있다. 그러니 소비를 늘려주고, 국유기업을 민영화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위안화 평가절상도 고려해야 한다...그렇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인터넷포털 바이두(baidu.com)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제시했던 대책이라는 것도 새로울 게 없습니다. 많이 듣던 얘기, 단골 메뉴입니다.

누구의 주장이냐고요? 중국 학계의 메인스트림을 구성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은 시장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신우파'라고도 하고, 글로벌 경제체제와의 연관성을 중시한다고 해서 '국제주의자'라고도 합니다. 신우파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국유기업 비율을 줄이고, 민부(民富)를 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루비니 교수는 고속전철을 타고 여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그의 옆자리는 신우파 성향의 경제학자가 타고 있었을 겁니다. 그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겠지요. 구구절절 옳은 얘기이니까요.

여기에서 '닥터 둠'의 진면목이 나타납니다. 중국 학자들의 견해에 운명의 'D-Day'를 정해준 것입니다. '2013년'이라고 말이지요. 마친 2013년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하는 해입니다. 12차5개년 계획이 후반으로 진입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운명의 날을 정하고 나니 세상 사람들이 그를 다시 주목하게 된 겁니다. 탁월한 '지식 비즈니스'입니다.

좀더 역사적으로 보겠습니다. 서방의 '중국 때리기'식 주장은 개혁개방이후 계속됐습니다. 소위 '중국 붕괴론'이었지요. 멀리는 1990년대 초 미국 CIA가 중국 연방제 붕괴론을 제기했습니다. 중국이 각 성별로 연방제를 실시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지요. 2000년에 들어서는 '중국 금융시스템 붕괴론'이 극성을 부렸습니다. 고든 창이 '중국의 몰락'(사진 아래, 홍콩 번역본)을 쓸 때입니다. 당시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던 부실채권이 문제였습니다. 서방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이 부실채권을 이기지 못해 곧 망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결과가 어쨌는 지는 이제 다 압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쪼개지지도 않았고, 공산당의 국가 장악력은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주요 은행들은 시가총액 면에서 세계 탑10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율 규모로도 세게 최고 수준이지요. 그들의 주장이 틀렸던 겁니다.

왜 그럴까요?

서방의 자기중심적 시각 때문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들은 보편적인 잣대로 중국의 정치 경제 발전을 봅니다. 중국, 지들이 별 수 있어?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국민들의 정치적 각성으로 정치 민주화가 이뤄질 거야. 시위가 일어나고, 혼란해지겠지? 은행에 저렇게 부실 채권이 쌓여 있는데 어떻게 견뎌, 결국 위기를 맞을 거야...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들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데 인색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공산당의 통치 효율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했어야 합니다. 더 깊게는 공산당이 독재 권력을 행상할 수 있는 역사.문화적 배경도 연구했어야지요.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시장경제는 서방의 시장경제와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은행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보유 외환을 뚝 떼네 은행에 지원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지요. 서방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특수성이 있는 나라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잣대를 들이대니 맞을 리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서방의 '중국 몰락'식 주장에 부화뇌동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이 왜 틀렸는 지를 연구하는 게 중국 이해의 보탬이 될 겁니다.

자 루비니 교수 얘기를 다시 하지요.

중국 당국은 신우파 성향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일까요? 그럴리 없습니다. 신문만 열면, 인터넷만 들어가면, 세미나에만 가면 단골메뉴 처럼 등장하는 이 같은 주장을 다 압니다. 그리고 참고 할 게 있으면 참고하고, 필요하다 싶으며 해당 학자를 정책수립 과정에 참여시키기도 합니다. 때론 고위 당국자가 참여하는 공부모임에 초청합니다. 학자와 학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자기주장을 하고, 정책 당국자는 필요한 견해를 뽑아 쓰고...그게 루비니 교수가 놓친 중국의 오늘 모습입니다.

자 그렇다면 중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신우파가 있다면 신좌파도 있을 텐데 그들은 누구일까요?
다음 칼럼에는 중국 사상계의 조류를 파고들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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