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오바마 암살 계획 꾸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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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사진)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원했다고 ABC방송이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은 빈 라덴이 은신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저택에서 입수한 그의 일기장과 하드디스크, 100여 개의 USB 메모리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빈 라덴이 오바마 암살을 꾀했다고 분석했다. 빈 라덴이 직접 쓴 기록물에선 부하들에게 오바마 암살을 촉구하는 내용이 나왔다. 그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혼란에 빠뜨린 다음 이를 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방송은 범죄심리 분석가를 인용해 “빈 라덴은 오바마가 이슬람 신앙을 모독한 것으로 믿고 그를 죽이는 데 광적으로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미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빈 라덴은 TV 시청 도중 오바마가 화면에 나타나자 즉각 채널을 돌렸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미 정보 당국의 빈 라덴 자료 분석 결과, 그가 미국과 함께 영국·캐나다·독일·스페인·이스라엘 등 6개국을 주요 테러 대상 국가로 삼았다고 전했다. 또 아보타바드 저택에서 알카에다 간부, 탈레반 지도자는 물론 자금을 대주던 아랍권 인사도 직접 만났다. 2년 전 아보타바드에서 그를 만났다는 탈레반 사령관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는 알카에다 간부들이 많이 죽거나 체포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직접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빈 라덴의 저택에서 디지털 기술로 녹화한 상당한 양의 포르노 비디오가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음란 동영상이 저택 내 어디에 있었고, 누가 이 포르노를 시청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빈 라덴이 포르노물을 직접 입수했는지와 이를 시청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빈 라덴의 은신처는 인터넷과 전화 등 외부와의 통신선이 차단된 곳이어서 은신처에 거주한 이들이 포르노물을 어떻게 구했는지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최근 공개한 동영상에는 빈 라덴이 TV를 시청하는 장면이 기록돼 있어 그가 비디오 재생 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슬람 무장 세력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르노물이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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