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 파괴' 짝짓기…뉴욕타임스·ABC 뉴스협력 체결

중앙일보

입력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미국내 최대 지상파 방송인 ABC가 뉴스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문자 미디어와 영상 미디어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마이클 오레스크 워싱턴 지국장은 "우리는 ABC와 뉴스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방영하기로 합의했다" 고 발표했다.

ABC의 마크 할페린 정치담당 국장은 "ABC는 타임스와의 협력을 통해 각자가 지니고 있는 뉴스 제작에 대한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며 "하지만 양사는 독립된 편집권을 보유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타임스와 ABC의 기자들은 앞으로 15분짜리 뉴스 프로그램인 ''정치초점'' 을 공동 제작해 24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양사 인터넷을 통해 공동 방영한다.

또 뉴욕타임스의 기자들은 ABC방송의 뉴스쇼 ''20/20'' 과 ''굿 모닝 아메리카'' 에 출연해 프로 제작을 도울 예정이다.

두 회사의 뉴스 협력은 미국내 또 다른 굴지의 방송과 신문인 NBC와 워싱턴포스트가 뉴스를 공동 보도하겠다고 발표한 지 2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이에 앞서 ABC는 CBS 및 폭스(FOX) 텔레비전 네트워크와도 지난달 뉴스 비디오 화면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뉴욕타임스와 ABC는 이번 협정의 성공 여부가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는 ''정치초점'' 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이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보일 경우 협력범위를 다른 뉴스 보도로 크게 확장하는 것은 물론 합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업계에선 뉴욕타임스와 ABC가 맺은 협조관계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기존 매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ABC같은 거대 미디어도 새로운 시대에는 기존의 뉴스보도 방식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인쇄매체와 방송매체가 공동으로 인터넷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번 협정이 거대한 공룡 미디어가 다른 매체를 합병해 수직계열화하는 몸집 불리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번 두 회사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인쇄매체와 방송업체의 결합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방송기자가 인쇄매체에 기사를 쓰고, 인쇄매체 기자가 방송에 출연해 보도하는 일들이 이제는 흔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메리카 온라인(AOL) 과 타임워너사가 합작함으로써 미국내 뉴스 미디어 업계는 심각한 위협을 느껴왔다.

미국내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이런 외부적 공격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국내미디어업계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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