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잃은 증시 언제 회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 대우사태.미국 금리인상.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 그동안 꼽을 수 있는 악재는 모두 노출됐는데도 증시가 힘없이 주저앉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우 해외채권 협상이 타결되고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나온 뒤인 25일 종합주가지수가 900선 아래로 곤두박질하자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 기력 잃은 증시〓지난해 11월 4억주 안팎이던 거래량이 2억주 남짓으로 줄어든 게 증시침체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매수세가 그만큼 위축돼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 여기에다 지난해 4분기 쏟아져 나온 유상증자 물량과 기관투자가의 지속적인 팔자 공세가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켰다.

올들어 정보통신주를 집중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돈이 묶여 있고 그나마 남은 자금도 코스닥으로 몰려 거래소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실종되다시피 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가 올들어 꾸준히 매수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들도 불과 몇개 종목으로 매수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전체 장세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가 오를 땐 별로 움직이지 않다가 떨어질 땐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데 이것 역시 시장의 기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 불씨 안꺼진 악재〓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오는 2월 8일 대우채 환매나 미국증시 불안, 유가.원화가치.금리 등 신3고(高)등은 일과성이 아니라 지속성 악재" 라며 "이들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 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다지만 대우채권 일시 환매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여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미국 금리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 증시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 언제쯤 회복될까〓최소한 대우채권 환매와 미국 금리인상폭이 확정되는 2월 초순은 넘겨야 회복기미가 나타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월을 넘겨도 곧바로 총선이 있어 이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증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정치변수까지 해소되는 4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않다.

◇ 눈 여겨볼 대목〓단기적으로는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매매행태를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외국인들이 선물을 팔고 현물을 꾸준히 매수하는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향후 장세 흐름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지금은 현물을 계속 사고 있지만 선물 매도물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반대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이나 고객예탁금 잔고의 변화도 주목거리다.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거래대금 대비 고객예탁금 수준이 1997년 이후 최저치" 라며 "장세가 회복되려면 주식형 수익증권이나 고객예탁금 등 곧바로 주식 매수세로 전환될 수 있는 증시주변 자금이 더 보충돼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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