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숲 생태체험 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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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떠나고 싶고,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이동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서울 시내 숲으로 눈을 돌려보자. 녹색으로 물든 나무와 풀이 상춘객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새 생명이 움트는 숲은 자녀와 생태체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5월의 숲은 생생한 생태체험장이다. 숲속 갖가지 꽃과 새로 돋아난 나뭇잎에서 싱그러운 생명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아이들에겐 조그만 벌레 하나도 연신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신비로운 생명체다. 손에 잡힐 듯하다 날아가는 나비를 쫓는 것도 숲 체험에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6월로 넘어가면 보기 쉽지 않은 올챙이도 요즘 관찰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와 지자체가 지역 숲 조성에 나서면서 숲 체험 프로그램은 더 다양해졌다. 한국숲해설가협회 이혜연 교육팀장은 “집에서 가깝고 가기 편한 곳을 선택하라”며 “서울 시내에도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숲이 많다”고 소개했다.

자녀가 어려 외출 시 유모차를 사용해야 한다면 공원 숲이 적합하다. 평지여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편하고 휴게실·매점·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많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무난하다. 그 중 숲 해설가들이 추천하는 곳은 나무가 많은 ‘서울숲’(성동구 성수동)과 ‘북서울꿈의숲’(강북구 번동)이다. 집 가까운 공원을 찾아보려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시내에 조성된 공원 위치, 특성, 프로그램 등 정보가 자세하게 안내돼 있다.

아이와 가벼운 산행이 가능하다면 산으로 떠나는 것을 권한다. 숲 해설가 김의식(63)씨는 “산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느낄 수 있다”며 “숲속 생태계를 관찰·체험하면서 아이들은 생명이 소중함을 배우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법을 익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체험코스는 교통이 편리하고 오르는 데 힘들지 않은 곳을 골라야 한다. 김씨는 대모산과 아차산, 앵봉산, 안산 등을 추천했다.

산에서의 숲 체험 코스는 왕복 2~3㎞에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게 보통이다. 체험시간이 2시간 넘으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체험할 때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감을 모두 사용한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새소리, 바람소리를 가만히 들어봐” “꽃의 색이 참 곱지?”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많이 마시면 머리가 좋아진단다”등 숲 해설가의 말에 따라 보고 만지다 보면 점점 재미있어 한다. 요즘은 수수꽃다리가 한창이어서 꽃 향기를 마음껏 맡아볼 수 있다.

학습보다는 놀이 위주로 흥미 키워야

숲 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연에 흥미를 갖도록 해주는 일이다. 대모산 숲 해설가인 최향순(46)씨는 “자녀에게 학습위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는 어머니들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너무 학습 위주로 체험을 하면 아이들은 흥미를 잃기 쉽다. 최씨는 “아이들이 다시 자연을 찾게 하는 게 숲 체험의 목적 중 하나”라며 “학습을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흥미를 갖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숲 해설가나 체험교사 역할을 하는 것도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한 방법이다. 최씨는 “아이에게 엄마는 제일 좋은 선생님”이라며 “엄마가 미리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공부한 후, 아이를 데리고 다시 숲을 찾아 설명해준다면 그보다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진설명] 돋아나는 새순, 활짝 핀 꽃이 가득한 5월의 숲은 아이들에게 싱그러운 생명감을 느끼게 해준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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