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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숨겨준 심복 가족,신비주의가 몸에 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P=뉴시스) 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촬영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일대. 9.11 테러 주모자인 빈 라덴은 이곳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사살됐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는 순간 그 주위엔 2명의 심복이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파키스탄인이었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생활했고, 집을 고치러오는 노동자에게는 후한 임금을 줬다. 인근에 건설중인 회교 사원에 기부금을 냈다. 아무도 그들이 빈 라덴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웃 주민들을 인터뷰해 두 사람을 파헤쳤다.

빈 라덴 곁에 마지막까지 있었던 2명은 아르샤드 칸과 타레크 칸이다. 미국은 이들이 형제라고 했지만 이웃 주민들은 사촌관계로 알고 있었다. 파슈툰족으로 확인된 이들은 7년 전 아보타바드에 자리잡았다.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지을 때 공사장 인부들은 후한 임금을 받았다. 일당의 2배에 달하는 200루피(2.40달러)를 주저없이 건넸다. 주민들은 “인심이 후하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에겐 “두바이의 호텔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삼촌이 돈을 보내주고 있다더라” “이들이 직접 환전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돈을 많이 번다더라”고 소문이 나있었다.

아르샤드와 타레크는 가족과 함께 빈 라덴 은신처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인근주민(여)은 “아르샤드는 아내와 취학 전 나이의 아이 3명, 타레크는 아내와 4명의 아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빈 라덴 사살 작전 때 2~12살에 이르는 9명의 아이들과 3명의 여성들을 군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아르샤르와 타레크 가족을 빼면 1명의 여성과 2명의 아이들은 빈 라덴 가족으로 추정된다. 이 관계자는 “빈 라덴 부인과 딸 1명이 상처를 심하게 입어 현재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과묵했다. 이웃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부유했지만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다녔다. 여성들은 외출할 때 부르카를 두르고 얼굴을 가린 채 나왔다. 혼자 나오지 않고 항상 남편과 동행했다. 이들 가족은 가끔 회교 사원의 기도회 등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이웃집을 방문하거나 초대하는 일은 없었다. 이웃 주민 아바시씨는 “그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기도회 때였다”며 “그러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아이들이 놀면서 공을 집 안으로 날렸는데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을 다시 넘겨주지도 않았다. 단지 아이들에게 새 공을 사라며 50루피(0.6달러)를 주었을 뿐이다. 인근의 아이들은 이들이 주는 돈을 받기 위해 계속 집 안으로 공을 날렸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문은 열렸지만 돈을 주는 손만 나왔다고 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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