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없이 연주한다'-직관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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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명의 연주자들이 악보없이 서로의 직관만으로 하나의 작품에서 앙상블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음악가 모임인 한국현대음악앙상블(대표 이지영)이 오는 26일 오후 7시 서울 부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쉽게 듣는 현대음악-직관의 음악'이란 콘서트에서 이같은 이색무대를 연출한다.

`직관 음악'이란 작곡가가 나름대로 표기한 새로운 악보에 따라 연주자들이 저마다의 직관에 의해 연주하는 독특한 음악. 20세기 후반 유럽 작곡계의 한 부분을 장식한 독일 현대작곡가 슈토크하우젠(1928∼)이 소개했다.

일반적인 악보나 기보방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호나 문구 등 작곡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악기의 제한이나 곡의 정형이 없이 연주자의 느낌 또는 해석에 따라 그 때 그 때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것이 특징.

가령 이번 음악회에서 연주될 얼 브라운의 「폴리오」는 가로 선(―)이나 세로 선(|), 또는 점(ㆍ)만으로 표시돼 있으며, 슈토크하우젠의 「일곱날로부터」는 '어떤 음을 당신이 멈춰야 한다고 느낄 때까지 오랫동안 연주하시오' 또는 '당신이 연주하든 멈추든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시오'같은 문구로 쓰여져 있다.

또 김용진의 「공(空)」은 문구로써 한국인의 잠재의식인 `空'을 표현토록 했으며, 김정길의 「8주자를 위한 추초문(秋草文)」은 8개의 악기 연주 순서와 각 악기마다 한줄씩의 악보만 표시해 놨다.

이에 따라 작품마다 4명에서부터 많게는 13명이 한 무대에 서는 이번 음악회에선 각 연주자들의 느낌이나 해석이 얼마만큼 일치해 하나의 앙상블을 이뤄내느냐가관건.

「폴리오」와 「일곱날로부터」는 대금의 김정승과 생황의 이향희, 기타의 김우재, 가야금의 이지영이 앙상블을 선보인다

「공」은 소리꾼 조주선과 김정승, 김정림(아쟁), 허윤정(징), 최인영(유리컵) 등 13명이, 「추초문」은 이지영(양금), 김기엽(대금), 김정림(해금) 등 8명이 출연할 예정.

이 앙상블 이지영 대표는 '직관음악은 한국 전통음악인 `시나위'의 음악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동-서양 음악을 대비시키는 작업의 하나로 이번 연주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문의 ☏(02)391-9631.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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