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화제작] 신으로부터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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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 을 논하는 프랑스 영화. 지루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분히 존재론적이고 동양적인 주제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기발하다. 한마디로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따지기 위해 하느님을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다.

영화는 물음표로 시작한다. "어쩌면 삶은 하나의 소설이고 우리는 그 속의 등장 인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는 강한 의문이 그것. 여기에 동감하는 택시 운전사 에반질라와 그녀의 남자친구 노스. 두 사람은 "어차피 모두 허구인데" 라며 차로 사람을 치는가 하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다 호기심이 생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누굴까. 그는 왜 우리를 등장시켰고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여기서부터 창조주를 만나기 위한 해프닝이 시작된다. 성당을 찾아가 신부를 붙잡고 "주님을 불러 주세요. 일대일로 물어볼 게 있어요" 라고 으름장을 놓다가도 "별것 아니지만 우리에겐 절실하다" 며 실존적 불안에 대해 절규하기도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전개 방식은 유쾌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특히 작가(창조주)에 대한 등장인물의 파업이라며 바닷가에 그냥 죽치고 앉아있는 대목이나 신부와 납치당한 여경관이 정사 도중 털어놓는 고해성사 등은 허를 찌르는 코미디다.

'존재의 부재를 믿는다' 고 외치며 벽을 향해 돌진하는 마지막 장면. 차안에서 벌어지는 격론이 의미심장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팽팽하게 맞서던 현실과 허구가 적나라하게 옷을 벗는다.

〈북회귀선〉 〈펄프픽션〉의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가 주연을 맡았다. 국내에선 개봉 1주일만에 간판을 내렸다. 빛을 보지 못한 수작이다.
출시 스타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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