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대기자 제도 남발…학생들만 골탕

미주중앙

입력

국내 유수대학들의 대기자 제도(waiting list)남용이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학들마다 이상적인 학생들로 새학년 그룹을 채우기 위해 필요이상 많은 학생들에게 대기자 통보를 하는 바람에 12학년 학생들이 5월 넘어까지도 대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공개한 국내 유수대학들의 올 대기자학생수와 이중 실제로 합격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를 공개하면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집계에 따르면 뉴욕타임스가 상위권대학들 중 대기자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60개 대학들 중 신입생 정원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대기자 통보를 전달한 대학들이 절반을 넘었으며 지난 해 대기자 명단에서 최종 입학시킨 학생들의 수가 10% 이상인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표 참조>

올해 무려 5025명에게 대기자 통보를 발송한 카네기 멜론 대학의 가을학기 신입생 정원은 1425명. 지난해에는 4463명에게 대기자 통보를 했고 이중 563명이 대기자 명단에 오를 것으로 결정했으나 정작 합격통보를 받은 학생수는 70명에 불과했다.

또 보스턴대학(Boston University)의 경우에는 지난 해 2370명 중 8명만이 합격했다. 올해도 역시 3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대기자 통보를 전달했으나 이중 구제되는 학생는 지난 해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가 뒤늦게 합격통보를 받는 학생들은 약 34%라는 통계가 전국카운슬러연합회에 의해 발표되기도 했지만 한인학생들이 선호하는 몇몇 상위권 대학들의 수치는 여기서 크게 벗어난다.

대학들이 이같이 필요이상으로 매년 더 많은 학생들을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이유는 대입경쟁률을 끌어올린 이유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평균 지원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듀크대학의 크리스토프 구튼탁 입학국장은 "대학마다 합격통보를 받은 학생들 중 실제로 최종 입학할 학생들의 수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자 제도를 사용하는 것이고 이왕이면 프로파일에 맞는 학생을 대기자 명단에서 찾기 위해서 더 많은 학생들을 대기자 명단에 남겨둔다"는 것.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에선 대학의 대기자 제도로 인해 5월을 지나 6월까지도 1지망 대학 합격하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

라카냐다 고교의 한 학부모는 "노터데임 대학 대기자 명단에 오른 딸이 최근까지도 대학에 추가 수상기록을 전달하고 교사 추천서를 첨부하는 등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학간 경쟁으로 빚어지는 대기자제도 남용이 무수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끝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셈이다.

김소영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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