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낮은데 첫 주택구입자 왜 자꾸 힘겨워지나

미주중앙

입력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융자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현금 바이어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첫 주택 구입자들이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인 가족이 구입한 집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포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첫 주택구입자들의 내 집 마련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융자은행들이 주택 구입자에게 더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하고 있으며 현금 바이어들이 대거 주택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어 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에서 첫 주택구입자의 감소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 첫주택구입자가 사라진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첫 주택구입자들이 설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기존주택 매매에서 첫 주택구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4%였다. 지난 1월에는 29%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08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첫 주택구입자의 기존주택 구입 비율은 40~45%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낮은 주택 가격과 5% 이하의 모기지 이자율은 분명 첫 주택구입자에게는 호재다. 하지만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서 첫 주택구입자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첫 주택구입자가 시장에서 사라지자 이는 주택판매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홈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LA카운티의 주택 판매량은 425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주택 중간 가격은 3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정도 하락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연방 정부 및 로컬정부의 세제 혜택 종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세제 혜택이 대부분 지난해에 만료됐기 때문에 첫 주택구입자들이 지난
해까지 시장에 몰렸다는 것이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경제학자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사이 첫주택구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금 크레딧 혜택 제공 때 기존 주택 시장에서 첫주택구입자 비중은 48%까지 올랐다”며 “첫주택구입자를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증가하는 비용과 까다로운 규정

주택 구입에 대한 융자 조건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와 융자 은행들은 주택 구입에 필요한 크레딧 점수 기준 및 다운 페이먼트 비율을 높이는 등 첫 주택구입자의 시장 진입 벽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국책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주택 융자를 위한 크레딧 점수는 5년

전 720점 정도였으나 지난해엔 평균 758점까지 올랐다. 융자 수수료도 인상됐다. 지난 3월 패니매가 융자 리스크 수수료를 부과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프레디맥도 융자 수수료 부과를 시행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15년 이상 컨포밍 모기지 신규 신청자 가운데 신용점수가 740점에 못 미치고 주택 구입 시 다운페이먼트가 집값의 25% 이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융자 리스크에 따른 수수료가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크레딧 점수에 따라 이자율에서만 차이를 보였지만 앞으로는 융자 리스크 수수료까지 차등 부과됨에 따라 신용점수가 낮은 바이어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연방주택국(FHA)의 융자 조건도 크게 강화됐다. FHA는 모기지 대출 부실화에 대비하는 충당금 적립을 위해 융자보험료(MIP)를 인상했으며 신용점수가 580점 이하인 주택 바이어는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매매가격의 10% 이상으로 높이기도 했다.

주택 융자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융자 은행이 주택 융자 전에 반드시 모기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검증해야 융자를 할 수 있도록하는 등 모기지 융자 상환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융자 은행은 모기지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 등 재정상태를 확인하고 안정된 직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융자 은행들은 주택 구입자에게 높은 크레딧 점수와 20% 이상의 다운 페이먼트 등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융자가 안되는 상황에서 낮은 모기지 이자율은 첫 주택구입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경제 및 부동산 연구소인 USC 러스크센터의 리차드 그린 소장은 “잠재 바이어들에게 낮은 모기지 이자율보다는 낮은 다운페이먼트가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현금 바이어들과의 경쟁까지

지난달 거래된 주택의 약 40%는 융자금을 제때 갚지 못해 은행에 차압된 주택이거나 숏세일 물량이라고 NAR은 밝혔다. 차압주택과 숏세일 물량은 통상적인 가격보다 20% 정도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월중 거래된 기존 주택의 중간가격은 15만9천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9% 하락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요즘 첫 주택구입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매물을 찾게 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이 시세보다 더 싼 가격에 주택을 시장에 팔려고 한다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 간 주택 시장에서 첫 주택구입자들의 경쟁력은 약하다. 현금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들과 주택 규모를 줄이려는 은퇴자들이 주택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NAR은 지난달 거래된 기존 주택 3채 가운데 1채가 전액 현금 거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셀러들은 모기지 융자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가주 스탁턴 소재 그루프 부동산의 제리 어봇 브로커는 “최근 한 매물에 7명의 바이어가 몰렸는데 전액 현금 구매자가 1명 주택 가격의 20% 이상을 다운 페이먼트할 수 있는 바이어가 2명 FHA 융자를 받은 첫주택구입자가 4명이었다”며 “셀러는 FHA융자를 받을 첫주택구입자에 대해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서 이러한 현금 바이어들과 첫 주택구입자 사이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