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법 선거운동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4·27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불법 선거운동 사례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의 선거를 전국적인 선거처럼 과열시키더니 급기야 불법 선거운동과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혼탁상을 보이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선관위와 사법당국은 철저히 조사해 불법이 있다면 의법 처리해야 한다.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도 지사 후보를 지원한 ‘강릉 펜션 불법전화부대’는 이미 경찰 수사로 윤곽이 많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홍보원 30명은 일당 5만원과 점심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휴대전화 등으로 선거구민에게 엄 후보 지원을 호소했다. 현장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엄 후보 선대위는 성명을 내고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이제 핵심 의혹은 과연 이 사건이 엄 후보나 선거캠프 본부와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이들이 작업을 한 펜션과 장비, 식사 등의 비용을 누가 제공했는지 조사해 보면 명백히 드러날 일이다.

 공무원에게는 선거중립의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재오 특임장관과 특임장관실이 선거개입 의혹에 휩싸인 것은 유감이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당내 친이계 의원 30여 명과 만찬을 갖고 재·보선을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이기에 앞서 국무위원이자 행정부처 장관이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했지만 장관으로서 의혹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해을에선 특임장관실 직원의 이름과 선거전략 등이 적힌 수첩이 발견돼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선거 지원이 아닌 단순한 ‘상황 파악’이라 하더라도 공무원에게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이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원도에서는 최문순 민주당 도시자후보 측이 허위 여론조사 내용을 대량문자로 뿌렸다는 것이며, 분당을에서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 측이 유권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투표는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의혹에 대한 조사는 최대한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