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3D TV ‘삼성 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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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3D(3차원) TV 기술방식을 놓고 국내에서 촉발된 삼성과 LG 간 경쟁이 해외에서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셔터글라스 방식의 대표주자로서 풀HD(초고화질) 영상품질을 내세우고 있고, 필름타입의 새로운 편광안경 방식(FPR)을 개발한 LG전자는 간편한 안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격전지가 국내가 아닌 해외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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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여전히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의 말싸움은 무의미하고, 대신 수치로 보여주자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특히 소비자의 취향이 까다로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우위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삼성은 때마침 나온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NPD의 1분기 자료에 고무됐다.

 24일 NPD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누적으로 삼성전자의 3D TV 점유율(수량 기준)은 48.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였다. 그 뒤를 25.8%의 소니와 13.9%의 파나소닉이 차지했다. LG전자는 6.6%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1∼3위 모두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를 생산하는 업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가 여전히 우세했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인 GfK에 따르면 1∼2월 유럽의 3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49.9%(수량 기준)로 1위였고, 소니(23.4%)와 파나소닉(10.2%)이 뒤를 이었다. 지난 21일 파리에서 대규모로 3D 행사를 치른 LG전자는 7.7%에 머물렀다. GfK의 3월 자료는 다음 달 초에 나온다.

 삼성전자 영상전략마케팅팀의 이상철 전무는 “선진시장에서 3D 기술경쟁을 펼치고 있는 셔터글라스 방식과 편광안경 방식 가운데 셔터글라스 방식이 80~90% 비중을 차지하며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다 현실감 있고 생생한 3D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충실한 삼성전자의 3D TV가 북미와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는 FPR 방식의 3D TV가 시장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며 느긋해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중국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FPR 방식의 3D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는 중국시장 조사업체인 AVC(All View Consulting)의 지난 11∼17일 시장자료를 공개했다. 이 주간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FPR 방식 3D TV가 출시된 지 5개월여 만에 3D TV 시장의 55%를 차지해 45%로 내려앉은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 판매량을 처음으로 앞섰다. 특히 FPR 방식 3D TV 판매에 주력하는 중국의 스카이워스가 개별 업체로는 25.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스카이워스는 지난해 말부터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3D 패널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해왔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스카이워스·콘카·하이얼·하이센스·창훙 등 중국 내 5개 주요 로컬 TV 업체가 판매하는 3D TV 가운데 FPR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83%에 육박했다”며 “소비자가 3D TV를 볼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한 끝에 FPR방식을 개발한 결과”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삼성과 소니 등 셔터글라스 방식의 선도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이고, LG가 주도하는 편광안경 방식의 3D TV는 중국을 비롯해 저가제품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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