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장애] 최원병 농협 회장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원병(65·사진) 농협중앙회장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4일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매끄럽지 못한 처신 때문이다. 이 회견은 최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자청해 마련됐다. 하지만 회견 30분 만에 “조합장 모임에 가야겠다”고 자리를 뜨려 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복구시점을 두고 왜 말 바꾸기가 거듭되느냐는 질문엔 “나도 (직원들이 정보를 안 줘서) 기자들처럼 당했다”고 대답했다. 해명을 하는 부하 직원에게 “뭐 은폐하고 숨기지 마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농협 내부에서조차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007년 12월 제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취임한 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다. 1972년 지역 농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선거에 강한 면모를 갖고 있다. 86년 안강농협 조합장에 선출된 이후 내리 6선에 성공하며 20여 년간 조합장 자리를 지켰다.

 정치적 성향도 뚜렷한 편이다. 지난 89년 민자당(한나라당의 전신) 경주군지구당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경북도의회 4선 의원과 7대 의장을 지냈다. 지금은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직도 맡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과정에서 이런 점들로 인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점이 정치적 성향과 맞물리며 ‘권력유착형’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는 “중앙회장 역할이 대외활동과 농정활동인데 권력유착 운운하는 것은 정부 및 국회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회장 역할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정면돌파를 했다. 발목이 잡힐 뻔했지만, 재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과반을 간신히 넘겨 회장에 선출됐다.

 취임 뒤엔 ‘과감한 개혁’을 선언했다. 그의 전임자인 1~3대 회장이 모두 임기 중 비리로 구속된 상황이었다. 최 회장은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 청탁자를 공개하는 등 어느 정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금융·경제지주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